“2005년에 강남 논현으로 들어왔다. 그때 생긴 수많은 헬스장 중 나 혼자 살아남았다. 헬스장 경쟁은 치열하다. 경제상황도 안 좋은데 매스컴을 한번 타면 헬스장이 우후죽순 생긴다. 트레이너가 되긴 쉽지만 헬스장 창업은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한다. 나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양치승 바디스페이스 관장은 벌써 20년 넘게 운동을 했다. 처음부터 헬스 트레이너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1994년에 이미 배우로 데뷔한 경력도 있다. 그러다 군대에서 부상을 입은 후 재활 겸 운동을 시작했다. 국가대표 보디빌더 선수였던 친구를 따라 시작했던 운동은 예상외로 잘 맞았다. 그렇게 만났던 운동은 양 관장의 평생 동반자가 됐다.
양 관장은 이미 프로 방송인 못지 않은 일정을 소화 중이다. 지난해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서 배우 성훈의 개인 PT(Personal Training) 트레이너로 출연한 뒤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개인 사업 외에도 본인의 이름을 딴 종편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란다. 요새 운동할 시간도 잘 없다는 양 관장을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바디스페이스 본점에서 만났다.
◇ 동업자‧동료 트레이너에게 2번의 사기 당했지만…‘서비스 정신’으로 고객 마음 얻어
양 관장의 첫 창업은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우 생활을 접고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체육관’으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체육관 창업도 많은 돈이 들어갔다. 당시 실평수 150평에 월세 380만원이 들었다. 전기세, 수도세, 직원들 월급까지 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달마다 빠져나갔다. 양 관장은 그때를 회상하며 “이 돈을 메꿀 수가 있을까 고민하느라 잠도 잘 못잤다”고 말했다.
그가 찾은 돌파구는 ‘서비스’였다. PT개념이 없던 그때에도 양 관장은 회원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개인 트레이닝을 해줬다. 전문 트레이너로 시작한 게 아니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입소문이 돌아 회원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그러나 양 관장은 첫 번째 고비를 만났다.
“당시 동업자가 회비를 빼돌렸다. 회원 수가 그렇게 많았는데도 버는 돈이 얼마 없었다. 사기를 당한 셈이다. 직접 차렸던 헬스장을 나왔다. 백수가 된 후 강남 쪽 체육관에 이력서를 냈다. 트레이너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보니 다른 헬스장 트레이너들이 어떻게 하는지 잘 몰랐다. 다른 헬스장에 가서 직접 겪어보고 싶었다.”
양 관장은 1년에 헬스장 4군데를 옮겼다. 양 관장은 크든 작든 헬스장이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이너들은 그저 ‘일’로만 운동을 대했다. 운동선수 출신 트레이너들은 운동을 하기 위해 헬스장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양 관장은 당시 처음으로 근무했던 헬스장에서 청소나 빨래를 비롯해 다양한 잡일을 했다. 같이 일한 트레이너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기존 트레이너들은 일만 하면 월급이 나오니 운동 외엔 아무것도 신경을 안썼다.
헬스장을 전전하던 양 관장은 두 번째 창업을 결정했다. 그는 곧 폐업을 앞둔 헬스장을 인수했다. 헬스장에서 먹고 자며 고객을 가르쳤다. 기존 고객들은 새로운 관장을 어색해 했다. ‘왜 이렇게 친절하게 운동을 가르쳐주냐’는 표정이었단다. 양 관장은 좋은 시설 대신 좋은 서비스를 추구했다. 결국 양 관장은 적자를 면치 못하던 헬스장을 흑자로 만들었다. 지금의 바디스페이스는 2008년에 만들어졌다.
“그때 강남에는 저렴한 24시간 헬스장이 많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바디스페이스에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들이 몰렸다. PT비용도 안받고 운동을 잘 가르쳐주니 사이가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유명해져도 우리를 찾았다. 트레이너 중 JYP매니저를 함께 하던 친구가 있었다. 지금의 2PM, 2AM이 우리 헬스장에서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아이돌들은 모두 마른 몸을 갖고 있었다. 트렌드를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2PM은 넓은 어깨와 복근으로 단숨에 짐승돌이 됐다. 그때 덩달아 헬스장이 주목을 받았다. 모델 출신 김우빈, 홍종현도 운동을 가르쳤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다시 두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2012년에 다시 사기를 당한 것이다. 양 관장의 오른팔이었던 헬스 트레이너가 5년간 이중장부를 만들어 돈을 빼돌렸다. 그 트레이너가 많은 연예인과 동료들을 데리고 왔던 탓에 더 의심을 못했단다. 사태를 알게된 후엔 너무 때가 늦었다. 양 관장은 본점 하나를 두고 전 지점 문을 닫았다. 많은 손해를 본 후 4년 정도 술만 마시러 다녔다. 양 관장이 정신을 차린 것은 2016년 초였다. ‘몸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이후 나혼자산다 등 여러 TV프로그램에 나가면서 다시 중심을 되찾았다.
“예능에 함께 나왔던 성훈은 헬스장에 온 지 6년 정도 됐다. 헬스장에 다녔던 다른 배우들과 같은 소속사였다. 솔직히 TV를 잘 몰라서 이름을 잘 몰랐다. 첫인상이 참 강렬했다. 내가 본 연예인 중 가장 연예인같이 하고 다녔었다. 성훈은 참 진국이다. 처음엔 ‘저거 뭐야?’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오랜 시간 지날수록 매력이 나온다.”
◇ “모든 사람이 운동할 수 있는 헬스장 만들고 싶다”
양 관장은 힘들게 운동을 시키는 트레이너로 유명하다. 국가대표 선수들과 운동을 시작해서일까. 운동량을 자기 눈높이에 맞추면 절대 원하는 몸이 나오지 않는다고 양 관장은 강조했다. 대신 고객들과 소통을 통해 목표를 설정한다. 양 관장은 본인이 원하는 목표와 트레이너가 바라본 목표를 더해 운동의 ‘설정치’를 만든다.
“운동을 약하게 하면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이 정도만 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절대 안 된다. 무작정 운동을 과하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강하게 해야만 원하는 몸이 나온다. 처음엔 힘들지만 몇 개월 뒤에 자기 모습을 보면 만족하게 된다.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요새 많이 PT를 받는다. 나와 운동하면 다리랑 팔이 안 움직인다고 한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 끝까지 운동한 사람만이 영광을 바라본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인터뷰 전날에도 그는 촬영을 하고 왔다. 나혼자산다 출연 이후 개인수업이 3배 이상 늘었다. 최근 한 머슬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한 배우 최은주의 몸을 만들기도 했다. ‘양치승’ 이름을 내건 다이어트 프로그램도 곧 종편 채널에 방영된다. 여기다 본인 운동까지 챙기다보니 잠 잘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나 양 관장은 성공한 스타 트레이너만 보고 헬스장 창업을 섣불리 꿈꾸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쟁이 치열한 것은 물론 홍보나, 청소, 빨래 등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한다. 헬스 트레이너는 단순히 운동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양 관장의 설명이다.
“올해 목표는 예전처럼 지점을 늘리는 것이다. 사기를 당한 이후 본점에만 집중했다. 가까운 사람한테 당해서 더 상처가 컸다. 이젠 아물었으니 사업을 넓혀볼 생각이다. 닭가슴살이나 운동기구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태국방송 출연도 논의 중이다. 나중에 해외 쪽으로도 진출하고 싶다.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종합 스포츠 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