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종단 철도, 남북 공동 관심사…북한 광물자원 매개로 민간개발 참여 가능

통일 이전 분단 상황에서도 동‧서독 간에는 도로 10개와 철도 8개, 내륙운하 2개, 항공로 3개 노선이 존재했다. 동‧서독을 연결해주는 길이 있었던 것이다. 독일은 통일 후에도 ‘독일통일교통프로젝트(VDE)’를 통해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중점을 뒀다. 결국 총 2000㎞의 도로 건설로 동서독 지역의 물리적 통합 기반을 마련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펼쳐질 수 있는 ‘남북상생시대’를 준비해야할 한반도 역시, 남북 통합 교통 인프라 벨트를 서해안과 동해안 지역에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북한 내 도로와 철도, 전기,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은 남북경협 활성화와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북한의 부족한 SOC 시설은 한국 기업의 북한 진출을 어렵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다. 북미 정상 간 합의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될 경우 남북경협은 북한 내 SOC 시설 확충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30일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에 위치한 경원선 월정리역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경원선은 광복 후 국토분단으로 운행이 중단됐다. / 사진=뉴스1

실제로 남과 북은 4·27 판문점선언에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특히 한반도 동·서를 종단하는 동해선·경의선 연결은 남북의 교통과 물류를 잇는 사업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북한의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2010~2020년)’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사업이다.

◇남·북 서해권 물류 인프라 구축 주목…한반도 넘어 북방 경제와 연결

남북철도망 연결 계획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남북은 경협이 본격화할 경우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에 우선 나서기로 했다.

경의선은 서울-개성-평양-신의주를 잇는 철도다. 총 길이 486㎞다. 경의선은 2000년 6·15 공동선언으로 문산에서 개성까지 선로가 연결됐다. 2007년부터 1년간 화물열차가 남북 사이를 운행했다. 경의선은 철도망이 이미 갖춰져 있기에 노후 선로를 보수하면 빠른 시일 내 운행할 수 있다.

동해선은 부산-강릉-제진-함흥-김책-나진-하산(러시아)까지 동해안을 잇는 철도다. 동해선은 남한 지역의 강릉-제진 구간 선로(104.6㎞)가 없다. 해당 구간은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돼있다. 그러나 아직 예비타당성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경의선과 동해선이 연결되면 우선 한반도 차원에서 물류 시스템이 발전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남북 간 해상운송(인천-남포)에서 철도운송으로 전환할 경우 운임은 25%(1TEU당 800달러에서 200달러)로 줄어든다. 덩달아 운송 일수도 5~6일에서 1~3일로 단축된다.

최수영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남북경제공동체 형성 방향과 과제’ 보고서에서 “북측의 철도·도로 개보수를 통한 공동 이용은 남북한 물류수송의 해운 편중 현상을 완화하고 물류비를 줄여 남북경협 확대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도로 및 철도가 대륙철도와 연결되면 남북은 동북아 지역 시장 개척도 가능하다. 경의선 철도 복원은 한반도를 넘어 남북경협 사업을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할 수 있다. 경의선은 신의주에서 유럽까지 이어진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된다.

이는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도 나타나있다. 신경제지도 구상은 한반도의 환동해, 환서해, 접경 지역을 H축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균형 발전과 북방 경제 연계를 강화해 동북아 경제협력 지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환서해 경제벨트는 수도권, 개성공단, 해주, 평양, 남포, 신의주, 중국을 연결하는 서해안 교통·물류·산업 벨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 동북지역과 연계한 남·북·중 신인프라 전략 연구’를 통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중 서해권 계획의 핵심적 성격은 교통벨트 구축에 있다”며 “또 막대한 인구와 소비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소비재산업 및 물류·유통업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또 “특히 개성공단 사업 재개와 2‧3단계 확장, 10·4공동선언에서 합의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건설을 기반으로 임가공‧위탁가공 등 남북한 산업협력이 가속화돼 국내 기업들의 국외 이전 감소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경의선은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활성화와 연결된다. 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철도를 통해 중국과 유럽까지 팔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길이 생기면 물류가 통한다. 개성공단에서 화물을 싣고 부산까지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수출의 경우 평양, 신의주, 중국 단둥을 거쳐 중국이나 유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7일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기존 회원이 북한이 반대하지 않아 가능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유라시아 대륙철도 노선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철도를 통한 남북간 협력 사업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北 광물자원의 ‘보고’…4차산업혁명의 ‘쌀’ 희토류  등 풍부

정부의 신경제지도 구상 가운데 환동해 벨트는 엄청난 양의 북한 광물자원과 에너지 분야에서 남북 경협을 뒷받침하는 자원 협력 지대라 할 수 있다.

환동해 경제벨트는 동쪽 해안선을 따라 두만강, 러시아까지 이어진다. 정부는 “환동해 경제벨트는 남북이 공동으로 금강산-원산·단천-청진·나선을 공동개발한 후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라고 말했다.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남북경협은 남북 산업 발전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 남한은 세계 5위의 광물자원 수입국이다. 2017년 광업광산물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광산물 자급률은 일반광(금속, 비금속) 10.1%, 석탄광 1.4%에 그쳤다. 북한도 광물자원 개발을 통해 경제 발전의 디딤돌로 삼을 수 있다. 현재 북한은 지난해 12월 UN 제재(제 2397호)로 모든 원광석 수출이 제한됐다.

최수영 연구위원은 “북한 지하자원에 대한 남북한 공동개발은 상호보완성이 높은 유력한 협력 사업”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은 내수 원재료, 에너지 및 외화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남한은 안정적인 자원 확보와 천연자원에 대한 대외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광물자원의 보고(寶庫)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에 반해 자원개발이 더뎠다. 북한 국토의 약 80%에 광물자원이 분포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 광물 종류는 42가지다. 북한 광물자원의 잠재가치는 2016년 기준 3220조원에 달했다. 북한의 광산은 728개다.

 

북한 광물 자원 분포도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에는 철 50억톤, 금 2000톤, 아연 2110만톤, 몰리브덴 5만4000톤이 매장돼있다. 무연탄 45억톤, 갈탄 160억톤이 묻혀있다. 마그네사이트는 60억톤이 매장돼있다. 세계 3위 매장량이다. 마그네사이트는 용광로 재료인 내화벽돌 제조, 화학시료 등에 주로 쓰인다. 

 

북한에는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도 풍부하다. 희토류는 전자제품과 금속 첨가제 등 첨단산업 원재료로 쓰인다. 북한 희토류 매장량은 2000만톤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한의 연간 수요량은 3200톤이다.

이 가운데 주목할 곳은 북한의 함경남도 단천 광산지대다. 단천지구는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경계에 위치하며 동해안과 맞닿아 있다. 이곳에는 마천령산맥을 따라 검덕·룡양·대흥광산이 있다. 검덕광산은 북한 최대의 아연 산지다. 룡양과 대흥광산은 마그네사이트가 풍부하게 매장돼있다.

2006년 정부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단천 지역의 민족공동자원개발 특구 지정을 제안했다. 남북은 2007년 10·4선언을 통해 단천지구 광산 사업계획을 2008년 상반기 중 확정하기로 했다. 당초 이곳에 2∼3개 광산을 개발한 뒤 대단위 특구개발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됐다.

남북이 광물 자원 경협을 본격화하면 단천에서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광물자원공사가 2007년 단천의 주요 광산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단천은 정부가 구상한 환동해 경제벨트에도 위치하고 있다. 동해선이 지나가는 길목에 단천이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 자원개발 협력 사업 참여 이끌 수 있을 것

 

박충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자원협력팀장은 “북한 광물 자원에 대한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 한국은 주요 광물 수입을 북한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며 “북한에는 한국에서 수요가 많은 석탄, 철광석,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이 풍부하다. 특히 단천에는 아연과 마그네사이트가 많다”고 말했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단천에서 남북이 광물자원 경협을 할 경우 북한 자원은 동해선을 따라 남한으로 들어올 수 있다”며 “다만 북한산 자원을 들여올 때 수입 대체 효과 등을 잘 검토한 후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자원협력이 본격화하기 전에 우선 북한 자원관련 지질 조사와 사업별 소요 자금 조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

최수영 위원은 “북한 내 자원 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북한 자원 관련 지질조사, 매장량 조사, 광물자원의 경제성 검토, 사업별 소요자금 추정 등 기본적인 조사를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김한신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는 “정부는 단천 지역의 광물 개발 뿐 아니라 철도,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개발 사업까지 연계해 추진해야한다. 그래야 경협이 활성화된다. 기존 철로로는 운송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특히 단천 지역의 동해선은 기존 철로 개보수를 넘어 복선화해야 한다. 단천항도 개보수해 자원 협력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북한 광물 자원의 경협 재원은 민간기업과 정부에서 진행하는 것에 따라 각각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들도 북한 자원개발 협력 사업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자원개발 협력 사업은 정부 기관 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참여하는 구조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광물 등 남북 자원개발 협력 사업은 민간기업들도 참여하는 구조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았기에 소요 재원 마련 등 구체적 논의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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