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단 비공개 파일 전문 공개…전교조 재항고 사건 두고 ‘야당·진보언론은 반발세력’ 규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 후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며 굳은표정을 짓고 있다. / 사진=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재항고 사건에서 청와대와 대법원의 현안거래를 검토한 것을 넘어, 정치권과 언론 반발을 무마할 방법까지 분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조사 대상이 된 410개 파일 중 3차 보고서에 언급된 90개 파일을 포함한 총 98개 파일의 비실명 전문을 공개했다. 특조단은 지난 25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일부 문건만 보고서에 인용하고 236개 문건은 목록에만 기재하는 방식으로 비공개해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비공개 문건에는 법원행정처가 전교조 법외노조 재항고 사건과 관련해 야당과 진보 언론을 ‘반발 세력’으로 규정하고 ‘무마’할 방법을 고심한 흔적도 남아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13년 해직 교사들이 활동하는 전교조를 합법 노조로 볼 수 없다며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이후 2심 재판부가 전교조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 처분 효력을 정지시키자 고용노동부는 재항고했다.

2014년 12월 3일에 작성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라는 이름의 이 문건은 당시 법원행정처 한 심의관이 청와대와 대법원의 ‘이익’ 등을 검토한다는 이유로 작성됐다.

공개된 문건에는 “재항고 기각 시 양측(청와대와 대법원)에 모두 손해가 될 것이고, 재항고 인용은 양측 모두 이득이 될 것임” “(재항고 기각시) 대법원의 각종 중점 추진 사업(ex. 상고법원 입법 추진 등)에 대한 견제·방해가 예상됨”이라는 등 예상 시나리오가 포함됐다. 실제 2015년 6월 대법원은 재항고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전교조 재항고 사건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의 반발을 무마할 방법 등을 분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 자료=법원행정처


특히 법원행정처는 야당과 진보 언론의 반발을 무마할 방법도 분석했다. 이는 앞서 공개된 특조단 보고서에서 반발 세력 무마 부분이 ‘(중략)’으로 표기되며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야당 의원의 반발에 대해 일과성(일시적인 것)에 그칠 것이고, 서울에 있는 의원 수가 적어서 사안에 대한 대처력·응집력이 대폭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또 “사정 정국이 진행 중”이라며 대법원에 대해 강한 비판 의지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수사·재판을 받는 의원수는 야당 34명, 여당 5명이었다.

법원행정처는 또 “야당 의원들에게 최후의 의지 대상은 대법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법원행정처가 재판의 권능과 위세를 어떤식으로 활용하려 했는지 살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원행정처는 언론에 대한 통제도 분석했다. ‘진보 성향 언론 비판’ 부분에선 “다소 비판·반대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다른 현안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라며 “관심이 분산돼 지속적이고 거센 비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당시 청와대에 ‘십상시’ ‘문건 유출’ 등 이슈가 많아 전교조 사건과 관련돼 지면 할애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법원행정처가 ‘재판 거래’ 의혹을 넘어 정치권과 언론의 반발까지 무마하려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나리오 문건과 결과만 가지고 재판 거래가 이뤄졌다고 예단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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