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2.5%→최대 25%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국내 완성차 “경영 부담 가중되고 수출길 막힐 수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국 정부가 수입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내수 실적이 저조한 업체들은 국내 공장의 수출 물량을 통해 매출을 견인해 왔는데, 미국 수출에 차질을 겪을 경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한 탓이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하며 수입차 및 부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28일 완성차·무역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오는 7월 19일과 20일 공청회를 개최해 수입 자동차와 부품이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상무부에 수입차 관세 조사를 지시했던 것의 후속조치로 파악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산업이나 제품에 대한 교역 변화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수입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이번 상무부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 정부는 수입 자동차 및 부품 산업에 대해 추가 관세를 최대 25%까지 올려 부과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수입차 관세는 세단 등 일반 승용 2.5%, 픽업트럭 25% 수준으로 부과된다. 한국차에도 관세가 적용될 경우 한‧미 FTA 체결 이후 누려 온 자동차 관세 면제 혜택이 사라지는 까닭에 국내 업체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상무부의 조사 기간은 최장 270일로, 국내 업계선 관세가 부과되기까지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무역확장법 232조로 철강 품목에 관세가 부과되기까지 약 1년의 기간이 걸렸다는 점에 착안해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25%’라는 관세를 그대로 적용하기 보다는 향후 정치 상황에 따라 이 관세율에 조금씩 변동을 줄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고율의 관세가 그대로 실현될 경우 기업 매출 타격은 물론 국내선 일자리 문제까지도 불거질 수 있을 정도로 리스크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번 건을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 대미 수출량 33%… 업체별 경영난 가중 우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가 수출한 자동차 253만194대 중 미국 수출 물량은 84만5319대에 달한다. 사실상 전체 수출량 중 33%가량의 수출 비중을 차지하는 규모 해외 시장이다.

미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자동차 관세 부과에 착수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국내 자동차 관련 업체들은 물론 한국 정부도 긴장한 모양새다.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수입의 안보 영향 조사 관련 민·관 간담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는 민관합동 특별팀을 구성해 미국 내 관련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공장에서 대미 수출로 매출을 견인했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체별로 겪고 있는 경영 부담도 가중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내수를 이끄는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129만3404대를 판매했다. 이중 미국 현지 판매는 69만8985대, 수출은 59만4419대로 집계된다.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제품 중 절반가량이 한국, 멕시코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미국 내 수입차 관세가 오를 경우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내수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타격의 폭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르노삼성은 국내서 연간 30만대가량 차량을 생산하는데 이중 닛산이 생산을 위탁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생산량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총 수출량 17만6271대 중 로그의 수출량은 12만3202대에 달해 사실상 수출 판매량의 약70% 비중을 차지한다. 위탁 생산 계약은 내년 하반기 중으로 종료되나 후속 신차 배정은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서 극적 회생한 한국GM도 경영정상화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한국GM은 국내서 경차 스파크, 소형 SUV 트랙스를 생산해 미국 시장에 수출해 왔다. 지난해 해당 제품들의 미국 시장 수출량은 약 13만대로, 같은 기간 한국GM의 국내 총 판매량(13만2378대)과 비등한 수준이다. 내수 회복 전에 대미 수출에 차질을 겪을 경우 경영 부담이 가중되기 쉽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쌍용차에겐 향후 미국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쌍용차는 국내서 소형 SUV 티볼리와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 G4 렉스턴 등의 제품으로 국내선 견조한 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으나 여타 업체에 비해 수출 실적이 낮다. 지난달 쌍용차는 국내에선 8124대를 판매했지만 수출 판매량은 2806대에 그쳤다.

쌍용차 관계자는 “향후 수출 시장 다각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며 미국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해외 시장마다 성격이 다른 까닭에 현지 맞춤형 전략을 세우고 있는 단계다. 관세 등 다양한 대외요소들을 감안해 현지 시장 전략을 고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율의 관세가 실현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생산 물량을 현지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경우도 노조 반발 등 경영 상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국내서 자동차 산업의 타격은 고용 인원 감축 등, 사회 전반의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예의주시가 필요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율의 관세가 실현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 공장에서 현지 공장으로 생산 물량을 이전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다만 이로 인해 국내 생산 물량이 축소된다면 국내서 일자리 문제를 비롯한 고용 문제까지도 불거질 수 있다. 이번 건이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보다 더 심각한 무역 장벽이라고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