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 올레핀 계열 비정유사업 뛰어들어…효율성 높인 설비 투자, 가격 경쟁력 상승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합작투자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내 정유 4사가 모두 올레핀계열 비정유 사업에 투자하게 됐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설비 공동 투자에 합의했다. 

 

이번 투자는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전통적 정유화학 사업에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행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업황의 사이클이 분명한 정유화학 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석유화학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경우 업황이 악화된다 하더라도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다. 문제는 대다수 업체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다른 정유사들도 올레핀 계열 화학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이달 들어 에쓰오일은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잔사유고도화·올레핀하류(RUC/ODC)시설을 완공하고 시험 가동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는 올해 안으로 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2월 GS칼텍스는 2조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짓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미 NCC(납사분해설비)를 보유 중인 SK이노베이션도 석유화학 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다. 

화학업계에서는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기존 NCC 설비 보유 업체들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공급과잉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은 주로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체들이 NCC 설비를 통해 생산해왔다. 수요 성장이 예상된다지만 늘어난 공급량과 수급 상황은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급과잉 우려에도 신규 투자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구나 최근 투자가 진행 중인 설비들은 기존 NCC설비보다 효율성에서 뛰어난 설비들이다. 에쓰오일의 RUC/ODC 설비는 원유에서 가스, 경질유 등을 추출한 뒤 남는 값싼 잔사유를 처리해 프로필렌, 휘발유 등의 고부가 가치 제품을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HPC는 기존 설비들 보다 납사 투입량을 줄이면서 정유공장 부산물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 화학업체들의 추격과 미국 ECC(에탄분해설비) 증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상승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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