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 대비 원가 경쟁력 개선한 HPC 신설 투자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석유화학 신사업 투자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현대오일뱅크 문종박 사장, 롯데그룹 화학BU 허수영 부회장,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부회장, 롯데케미칼 김교현 사장 / 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2조7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두 회사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의 생산능력이 각각 75만톤, 40만톤 늘어날 전망이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와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신설 투자합의서에 서명했다. 

 

양사는 기존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에 추가 출자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약 50만㎡(15만 평) 부지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이미 현대케미칼에서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간 국내 최초의 합작 사례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경험이 있다. 혼합자일렌과 경질납사를 생산하는 현대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이익 267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사업다각화를 통한 종합에너지기업 비전을 달성하는 데 역사적인 획을 그을 것”이라며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2017년 33%에서 2022년 45%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현대케미칼의 성공 DNA를 공유하고 있다”며 “정유사와 화학사의 장점을 결합하여 국내 최초의 정유, 석유화학 합작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정유와 석유화학 간 시너지를 통해 원가 경쟁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제품과 방향족에 이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까지 정유-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게 됐다. 롯데케미칼 지역 거점 강화를 도모하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미국과 중앙아시아 ECC(Ethane Cracking Center, 에탄분해시설) 사업, 동남아 납사 사업과 더불어 대규모 정유 잔사유 크래커 사업에도 투자하는 셈이다.

 

HPC는 원유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설비다. 이 때문에 기존 NCC(Naphtha Cracking Center) 대비 원가에서 획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NCC의 경우 납사를 투입해 각종 플라스틱 소재가 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그러나 최근 북미 지역의 ECC 증설 등으로 가격 경쟁력에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분해하는 ECC의 경우 NCC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 

 

이번에 두 회사가 함께 투자하기로 한 HPC는 납사를 사용하지만 납사보다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 정유 공장 부산물 역시 60% 이상 투입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특히 납사보다 20% 이상 저렴한 탈황중질유는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3개 정유사만 생산하는 원료다. 경유와 벙커C유 중간 성상의 반제품으로 불순물이 적은 편이라 가동 단계에서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향후 탈황중질유 등 부산물 투입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HPC를 통해 기존 NCC 대비 연간 2,000억 원 가량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투자하는 설비는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업가동 이후 제품 대부분을 해외에 판매해 연간 3조8000억 원의 수출 증대가 기대되며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공장이 위치할 서산 지역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1조7000억 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원료, 롯데케미칼의 기술과 영업력이 탁월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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