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취지 아래 만든 소규모 창업자들의 연대…5년 간 임대료 인상도 ‘0’

어쩌다 가게 전경 / 사진=박현영 기자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의 한 골목, 작은 빌라들 사이 지하2층, 지상4층으로 구성된 하얀 건물이 유독 눈에 띈다. 소규모 서점, 프렌치토스트 카페, 수공예 소품 판매점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모인 ‘어쩌다 가게’다. 날로 오르는 임대료를 피하기 위해 모인 곳이, ‘어쩌다’ 보니 망원동 ‘핫플레이스’가 됐다. 평일 저녁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평일 저녁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박현영 기자

어쩌다 가게는 상업공간인 상점, 책방과 주거공간을 운영하는 ‘어쩌다 프로젝트’에서 태어났다. 치솟는 임대료로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안타까웠던 건축가, 업계 관계자들은 주식회사 ‘공무점’을 설립하고 어쩌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쩌다 프로젝트는 5년 간 임대료 인상을 없애는 조건으로 어쩌다 가게 입주자들을 모집했다. 어쩌다 가게의 슬로건은 설립 취지에 알맞은 ‘따로 또 같이’가 됐다. 어쩌다 프로젝트는 2014년 4월 동교동의 첫 번째 어쩌다 가게를 시작으로 2016년 5월 망원동에 두 번째 가게를 선보였다. 올해 상반기 서교동에 세 번째 가게를 열 예정이다.

세 지점 중 어쩌다 가게 망원점은 동네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5일 기자가 찾은 어쩌다 가게 망원점은 아기자기한 카페와 소품점, 전통시장이 함께 자리한 망원동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토스트 카페, 소품점, 서점 등이 붙어 있는 공간에선 때때로 이웃들과 함께 하는 ‘어쩌다 마켓’이 열린다.

 

어쩌다 가게 내부 /사진=박현영 기자

어쩌다 가게를 찾은 방문객들은 특색 있는 소규모 가게들을 한 곳에서 둘러볼 수 있어 흥미롭다는 반응이었다. 방문객 이명준(27)씨는 “이곳의 토스트 가게가 유명해 찾아왔다. 토스트를 먹고 가게에서 나오니 세계맥주 전문점이 있어 맥주도 사게 됐다. 토스트도 특별하게 맛있고, 맥주 가게에도 특이한 맥주들이 많았다”며 “각자의 개성이 강한 가게들이 한 건물에 모여 있어 구경하기 좋다”고 말했다.

방문객 박선영(24)씨도 “어쩌다 가게를 들를 때마다, 이곳 사장님들은 본인 가게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장님이 자신의 업종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같은 건물에 있으면서도 가게마다 확실한 특징이 있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어쩌다 가게에 모인 창업자들은 설립 취지인 ‘따로 또 같이’에 맞게 가게를 꾸려가고 있었다. 가게들은 한 건물에 위치해 있지만 각자의 특색이 강했다. 어쩌다 가게 1층에 위치한 어쩌다 책방의 직원은 “책을 들여오는 기준은 두 가지다. 직접 읽어본 책, 매달 선정하는 ‘이 달의 작가’가 추천한 책이다. 책방 취지에 맞는 책이 아니면 들여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른 가게들도 그랬다. 어쩌다 가게 2층에 위치한 토스트가게는 독특한 맛으로 인스타그램 사용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수제 소품점도 욕실용품 전문점, 정원 관리용품 전문점 등으로 나뉜다.

가게들이 서로 서로 붙어 있다 보니 한 곳만 들르는 방문객들이 드물다. 세계 맥주 전문점 운영자는 “토스트 가게가 인기가 많은데, 토스트 가게에서 나오는 길엔 꼭 우리 가게를 맞닥뜨리게 된다. 지나가는 길에 있어 들른 손님들이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토스트 가게에서 나오면 바로 맥주 전문점이 보인다. / 사진=박현영 기자

어쩌다 프로젝트의 김수진 프로젝트 매니저는 “치솟는 임대료와 임대주의 욕심으로 인해 자신만의 개성으로 지켜온 작은 가게들이 일시에 사라지거나 주변으로 밀려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됐다. 이에 대한 대안을 고민한 끝에 실행한 프로젝트가 ‘어쩌다 가게’”라며 “앞으로도 소상공인, 젊은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어쩌다 프로젝트는 소자본 창업자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 매니저는 “어쩌다 가게마다 창업자들을 위한 ‘라운지(Lounge) 공간’을 운영할 예정이며, 어쩌다 가게 외에 서점, 갤러리, 숙박시설 등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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