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이재용 등 39명 재고소·고발…무혐의 처분 이후 ‘마스터플랜’ 문건으로 반전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삼성 노조파괴 재고소고발 및 무노조경영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민사회단체들이 삼성의 노동조합 와해 의혹을 그룹 차원에서 다시 수사해 달라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최지성 삼성그룹 전 미래전략실장 등 전·현직 관계자 39명을 재고소·고발했다.


삼성지회(옛 에버랜드 노조)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 등 시민단체는 2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삼성그룹이 어떻게 노조를 탄압하고 파괴해왔는지 그룹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면서 검찰에 재고소·고발장과 수사 촉구서를 제출했다.

삼성지회가 2013년 ‘2012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근거로 이 회장 등 관계자 36명을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소한지 5년 만이다. 앞서 검찰은 이 고소·고발을 접수한 뒤 2년 만에 ‘문건을 삼성이 작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문건을 작성한 행위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노조 와해 정황이 담긴 이른바 ‘마스터 플랜’ 문건 6000여건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들은 “지난 2013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공개됐을 때 검찰은 ‘문건을 누가 작성했는지 알 수 없다’며 관계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면서 “검찰 스스로 압수한 문건에서 매일 새로운 노조파괴전략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 검찰이 뭐라 답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삼성과 검찰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들은 또 “과거 서울고용노동청은 문건 작성에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그룹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혐의 없다’는 의견을 검찰에 냈다”면서 “삼성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을 상시 관리해 왔다는 문건까지 확인돼 삼성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그동안 내세운 무노조 경영 전략을 전면 폐기하고,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라”면서 “노조파괴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 당시 검찰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작성했다는 진술이 있었음에도 이를 덮었다”라며 “검찰은 이번 기회에 문건 작성 주체를 명백히 밝히고 삼성 최고위층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검찰을 겨냥해 “노사전략 문건 문제를 특정 계열사 문제로 국한한다면 그룹에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라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까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그동안 검찰이 저질러 왔던 잘못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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