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건 병치하려면 문재인 캠프 조직적 관여 확인돼야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올리고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출입 계단에 댓글 조작을 규탄하는 손팻말들이 걸려 있다. / 사진=뉴스1


파워블로거 김모(필명 드루킹)씨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저지른 댓글 조작을 두고 야권이 과거 국가정보원의 댓글공작 사건과 비교하며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두 사건은 법리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는 전날 김씨와 우모씨, 양모씨 등 3명을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씨 등은 지난 1월 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된 기사에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흘린 선수들이 무슨죄냐?’ 등 2개의 댓글에 네이버 아이디 614개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각 606번, 609번 공감수를 올리는 방법으로 네이버의 댓글 순위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진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씨와 SNS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이명박 정부 때 있었던 국정원의 댓글사건과 연관지으며 정권의 정통성에까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수사결과에 따르면 일반인인 김씨 등이 저지른 범죄와 국가공무원인 국정원 직원들이 저지른 두 사건은 법리적으로 전혀 다른 사건이다.

먼저 검찰은 김씨 등에게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314조(업무방해)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 또는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는데,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것도 똑같이 처벌하도록 했다.

검찰은 김씨 등의 범죄행위가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해 네이버 댓글 담당자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라고 본 것일 뿐, 여권이나 정부의 개입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반면 공직자 신분을 가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라는 전혀 다른 혐의가 적용됐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인터넷 댓글과 트윗 게재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을 돕는 등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데, 이는 공직자이자 국가 기관의 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원 전 원장은 파기환송심을 거쳐 오는 19일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1심은 국정원법 위반만 유죄로, 대선 개입(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대선 개입 혐의까지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 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7월 핵심 증거인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실관계 판단을 다시 하라며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은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일각에서는 김씨 등의 사건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이유로 국정원 사건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두 사건을 병치하려면 김씨가 운영한 네이버 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에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 차원의 조직적 관여가 있었는지 등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


한편 경찰은 김씨 등 3명 외에 또다른 공범이 있는지, 정치권과의 연계가 있었는지를 놓고 보강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특히 김씨가 경공모를 운영할 수 있었던 자금의 배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자금 관련 수사는 김씨가 운영한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느릅나무 출판사’ 운영비용과 휴대전화 170여대의 유지비용 등을 밝히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수 천 만원에 달하는 활동자금을 개인이 부담할 수 없고 배후를 통한 다른 수입원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에 따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팀을 2개에서 5개로 확대 편성해 자금 출처, 추가 범행 유무 등을 철저히 수사하고, 이들의 배후를 파악하는 데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원래 재산과 경공모 차원에서 주최한 강연비 등으로 운영비용을 충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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