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중치 시점 따라 당장은 글로비스, 기대감은 모비스…향후 기업가치에 관심 집중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현대모비스는 2017년 사업보고서보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분할 및 합병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서 현대모비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서다. 분할과 합병이 계획대로 마무리 될 경우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지배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때문에 향후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35조144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현대차그룹 내 자동차 부품 및 모듈 제조업체다. 개편안에서는 현대모비스를 둘로 나눠 투자사업과 핵심부품사업을 존속 모비스로 하고 모듈사업과 A/S부품사업을 신설 모비스로 떼어낸다. 떼어내는 사업 부문은 모듈과 A/S부품 양쪽 모두 국내 사업이다. 해외 사업은 기존 모비스에 남는다. 이어 신설된 모비스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히 나열하기만 해도 복잡한 개편안에서 쟁점은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다. 결론부터 요약하면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관련 법규에 어긋나거나 주주이익을 심대하게 침해할 만한 요소는 없다는 평가다. 다만 앞으로에 대한 예상은 주주들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분할과 합병 두가지 작업에서 본질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방법이 다르게 적용했다. 분할시에는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했고 글로비스와 합병시에는 수익성에 가중치를 뒀다. 즉 분할시에는 현대차 지분 20%, 순자산가액으로만 11조원가량을 가져가는 현대모비스의 존속법인에 유리한 방식이다.


반면 글로비스와 합병시에는 수익가치에 60% 가중치가 들어가 자산가치보다 영향력이 높다. 분할 신설된 현대모비스가 현재 수익성이 좋은 국내 모듈과 A/S부품 사업을 가져가기 때문에 유리한 방식이다.


◇ 본질가치 산정의 묘수…현대모비스 분할


분할 비율과 합병비율 산정에서 각각 서로 다른 방식이 적용된 데는 현대모비스 분할이 묘수로 작용했다. 우선 모비스는 분할되는 사업부문의 순자산을 기준으로 분할비율을 정했다. 기존회사 주주들이 기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에서는 기존주주가 분할되는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거래시 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율산정에 관대하다. 비율에 따라 주주들의 이익이 갈리는 합병에서는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본질 가치를 결정하지 못한다.

합병시 기업의 본질가치는 상장사인가 아닌가에 따라 적용방법이 다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상장사의 경우 주가를 활용한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1개월간 종가와 1주일간 종가, 그리고 이사회결의일 하루 전 종가 등 세 가지 종가의 평균치를 사용한다. 수익성이 좋더라도 향후 전망이 부정적이라거나 시장의 평가를 받지 못하면 낮은 주가가 적용된다. 수익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비상장법인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4:6으로 가중평균해 본질가치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수익가치는 통상 미래의 수익을 예상해서 계산한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후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신설 모비스를 비상장회사로 봤다.


분할된 모비스에 적용된 자산가치는 주당 22만1599원, 수익가치는 주당 60만6472원이다. 두 금액을 가중 평균한 본질가치는 45만2523원이 적용됐다. 자산가치에 비해 수익가치가 3배에 가까울 정도로 높게 평가됐는데 이점은 현재 수익성이 높은 사업 부문인 국내 모듈사업과 A/S부품사업을 가져가는 현대모비스 분할 부문에 긍정적이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당장 나쁠 것이 없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매출액이 기존의 두배인 30조원대로 훌쩍 뛰어오를 전망이다. 2017년 사업보고서에 기록된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6조3583억원인데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국내매출은 13조6173억원이다.


◇ 해외 실적·현대차 주가 회복 시점이 관건


문제는 앞으로다.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A/S부품 사업을 국내와 해외로 나눠보면 수익성에서는 국내 사업이 우세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해외사업이 우위에 있다.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비스 매출액 35조원 가운데 약 21조원이 해외사업에서 나왔다. 다만 가동률은 82.3%까지 떨어졌다. 국내 평균 가동률 93.9%에 비하면 10%p 이상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체에게 가동률 하락은 수익성을 낮추는 요소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그만큼 수익성을 개선시킬 여지가 남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이 살아난다면 추가적인 투자 없이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단기간에 현대모비스의 해외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 예상한다면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존속법인에 유리하다.


현대모비스의 존속법인이 현대차 지분 11조원 어치를 가져간다는 점도 향후 주가에 긍정적인 요소다. 현대차의 지난해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PBR은 주가를 회사의 순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1배 미만일 경우 저평가로 본다.

 

현재와 미래 어느 쪽에 더 가중치를 부여하느냐에는 정답이 없다는 점 때문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주주 중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우위에 서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두 회사 모두에 매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내에도 유명세를 떨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개편안 발표 이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양사의 주가는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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