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토론은 커녕 몸싸움 벌이며 파행 연출…주주 참석 방해하는 '떼주총'도 어김없이 되풀이

주주총회가 주주친화적으로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일부 주총장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어김없이 연출되고 있다. 경영진과 주주, 혹은 노조간 고성이 오간 주총장이 있었고 심지어 몸싸움까지 벌어진 주총장도 존재했다. 소액주주를 배제한 채 형식적인 주총을 연 상장사도 있었다. 주주를 존중하기는 커녕 거치장스럽게 여기는 행태가 역력한 상장사도 여전히 많았다.

① 노사 갈등이 주총장으로···몸싸움·고함 난무한 주총장들

주주총회가 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모이는 곳이다보니 각종 대립각이 표출된 상황들도 나왔다. 특히 주총장에서 노사 갈등이 터져나온 경우도 있었다. 지난 23일 KT 주총장에선 ‘KT새노조’ 등 노조들이 황창규 KT 회장 퇴진을 외치는 농성을 벌였다. 올해 주총 안건으로 올라온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황 회장이 임기를 지키기 위해 내놓은 카드’라며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주총장 안에서도 일부 노조들의 고성과 몸싸움에 일부 회사 관계자들의 출입이 잠시 제한되기도 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KB금융 주총에서도 노사 갈등이 표출됐다. 노조는 ‘노조의 노동 추천 이사제’를 내세우면서 의결을 주장했고 사측은 전체 주주권을 들어 이를 반대했다. 표결 결과 사측이 원하는 방향대로 됐지만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긴장이 극에 달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② 사측과 주주의 대립···주총 파행까지도

경영진과 소액주주가 서로 강대강으로 대치한 주총장도 존재했다. 콜센터 아웃소싱 등 사업을 하는 한국코퍼레이션 주총은 사측과 소액주주들의 대립으로 파행을 겪었다. 특히 사측은 일부 주주가 경영권 장악을 위한 불법 주식을 보유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를 금융감독원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반대로 소액주주 측은 오히려 한국코퍼레이션이 주총을 방해했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DGB금융지주 주총에서도 일부 주주들과 사측간 갈등이 있었다. 23일 대구참여연대 등 57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대구은행 박인규 행장 구속 및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대구은행 주주 5명(6만3000여주)에게서 위임받아 주총에 참석해 박 행장 퇴진을 요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들은 찬반 토론, 의견 발표 등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며 주총 진행에 법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③ 깜깜이 주총도 여전

경영진과 주주들의 소통이 부족한 경우도 여전했다.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이 다수였다. 게다가 올해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은 483개로 되레 지난해보다 30% 줄었다. 주총일이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도 올해 반복됐다.

여기에 언론의 주총장 입장을 불허하거나 주총장 밖에서 주총 내용을 중계하지 않는 기업도 다수였다.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주주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의결이 이뤄졌는 지, 회사의 앞으로 경영방향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실상 주총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장자들이 주주들과 소통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주총회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기업들이 나서 주주들을 적극적으로 주주총회에 모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주주들을 껄끄러운 존재로 생각하기 보다는 경영 파트너로 여기고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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