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판사 신상털기 등 법리적 판단 훼손 부작용 우려…"사법부가 신뢰 못 얻은 때문" 자성 목소리도

사진=셔터스톡

지난 1년 동안 큼직한 수사가 연달아 진행됨에 따라 법조계의 구속영장 청구 및 심사가 대중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선 영장심사에 대한 지나친 여론압박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뇌물수수 등 혐의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그의 구속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 및 일부 시민단체들은 그를 구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전체가 범죄와 비리로 점철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 같은 무거운 범죄 혐의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불구속 수사를 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의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인터넷에선 벌써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심사를 맡게 된 박범석 부장판사에 대한 신상이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선 그가 호남 출신인 점을 놓고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하는 웃지못할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심사가 이뤄지며 과거엔 법조계 영역이었던 구속영장심사가 대중의 영역으로 내려오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생소하게 생각했던 법적 절차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구속영장 심사와 관련, 여론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선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쉽게 말을 꺼내기도 힘든 분위기라서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 심사는 도덕적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법리적으로 볼때 구속의 필요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인데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누군가의 구속을 여론에 의해 밀어붙이려 하면 앞으로 비슷한 케이스가 계속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여론에 의한 압박으로 누군가를 구속시키거나 풀어주라고 하면 앞으로 비슷한 다른 건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발부된 구속영장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여론이 마치 영장발부의 기준인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옳은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죄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여론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영장심사를 맡은 판사에 대해 신상털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같은 행위는 실제로 판사에게 부담을 준다. 판사 출신 한 법조인은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하는지 이해는 가지만 신상털기를 하면 판사들은 업무 자체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장심사가 여론재판 식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된 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법조인은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법부 판단을 불신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만큼 그동안 사법시스템이 일부 신뢰를 못주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생긴 분위기가 아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그야말로 구속 필요성이 있는지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감추려 할 경우, 사안의 중대성 등이 고려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태 당사자들은 사안이 중대하고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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