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업체들 증설설비 잇단 가동에 공급과잉 '먹구름'…주요국 통상압박·환경규제도 부담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에도 업황 호조를 누리고 있는 화학 업계에서 올해는 공급과잉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허리케인 피해로 가동이 늦춰진 북미 ECC 설비가 가동에 들어가면서 공급과잉 우려도 나오고 있다. ECC설비는 셰일오일 덕분에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사진은 북미 셰일 지대 / 사진=뉴스1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에도 업황 호조를 누리고 있는 화학 업계에서 올해는 공급과잉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언젠가 업황은 기울기 마련인데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다. 

 

20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3월 화학제품 가격은 전월에 비해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일부 제품에서 재고가 부담되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단 재고가 소진이 될 때까지 신규제품 수요는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화학 업계에서는 일단 최근 업황을 일시적인 조정이라고 보고 있다. 2월 춘절 연휴 이후는 계절적으로 화학제품 거래가 둔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화학업계 일각에서는 제품 가격이 정체 이후 올해는 업황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려의 중심에는 미국 업체들의 공급과잉 우려와 주요국 통상압박, 환경규제 등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화학업체 쉐브론필립스케미칼은 연산 150만톤 규모의 ECC(에탄 크래커) 설비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설비는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가동이 지연된 설비다. 당초 계획은 지난해 4분기에 가동 예정으로 투자가 진행됐으나 한 분기가 밀렸다. 

 

북미 업체들은 최근 ECC 증설을 진행하면서 석유화학 시장내 제품 공급과잉 우려를 키우고 있다. 쉐브론필립스케미칼의 설비는 다우듀폰의 연산 150만톤 설비 등에 이어 올해 세번째로 가동을 시작한 설비다. 더구나 연산 150만톤 규모의 대규모 설비라는 점 때문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충분하다. 

 

화학업계에서는 지난해 자연재해로 가동이 지연된 설비 중 가장 먼저 가동을 시작하게 된 설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가동되기로 했던 프로젝트 가운데 신테크의 연산 50만톤 설비와 포모사플라스틱의 연산 120만톤 설비 등이 1분기로 가동 시점을 잡고 있다. 

 

화학 업계에서는 일단 제품 수요 역시 견조하다는 이유로 당장 공급과잉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예상이고 실가동후 시장 영향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구나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설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2분기에도 사솔의 150만톤 규모 설비, 웨스트레이크와 롯데의 연산 100만톤 설비가 가동을 예고하고 있다. 

 

ECC는 NCC(납사분해설비)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유리한 환경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에서 기초유분 생산공정은 원료에따라 납사를 이용한 NCC 공정과 석탄을 원료로 하는 CTO 공정,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ECC공정 등으로 구분된다. 

 

국내 업체들이 주로 운영하고 있는 NCC공정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는 원료인 납사에 열을 가해 탄화수소로 분해한 후 에틸렌과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한다. 납사가 원유 정제과정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국제유가에 연동되고 상대적으로 제조원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ECC는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만든 뒤 에탄가스를 이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과거에는 천연가스 가격이 납사보다 높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낮았으나 최근에는 저가의 셰일가스 생산으로 NCC보다 싼 가격에 에틸렌을 생산해낼 수 있다. 북미 대륙을 중심으로 ECC 증설이 이어지는 이유다. 

 

통상 화학 업계에서는 ECC와 NCC간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OGR(Oil 대비 Gas 비율)을 사용한다. NCC는 원유에서 원료를 확보하고 ECC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NCC가 ECC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상 원유 가격이 가스에 비해 6배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최근 유가가 상승하면서 ECC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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