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원 뇌물수수 무죄, 일부 직권남용만 유죄…“이해되지 않는 판결” 비판도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인사청탁 뇌물수수 관련 선고 공판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사진=뉴스1


1조원대 금융 피라미드 회사 IDS홀딩스로부터 경찰 인사 및 수사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뇌물을 주고 청탁을 했다는 공여들의 구체적인 진술 등을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 인정하지 않으며 구 전 청장의 핵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는 22일 수뢰 후 부정처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전 청장에게 일부 직권남용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구 전 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IDS홀딩스 브로커 유모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두 사람 사이에서 전달책 역할을 한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 출신 김모씨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또 유씨와 김씨로부터 각 4000만원과 2500만원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구 전 청장은 2014~2015년 유씨로부터 1조 사기범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와 친분이 있던 윤모 경사와 진모 경사의 경위 특진 청탁을 받고 3차례에 걸쳐 3000만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구 전 청장은 또 승진한 윤 경위를 IDS홀딩스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지능팀으로 발령시킨 혐의, IDS홀딩스 측이 고소한 사건을 윤 경위에게 배당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이번 사건에서 뇌물 공여자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구 전 청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유씨와 김씨가 구 전 청장에게 뇌물을 주기 위해 돈을 주고받고 유씨가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구 전 청장이 이들에게 돈을 받고 청탁을 들어줬다는 공소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히 뇌물공여자 두 사람이 구 전 청장에게 뇌물을 준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는데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씨가 식사자리에서 구 전 청장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500만원은 유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 점, 유씨가 김씨를 통해 전달했다는 2500만원은 김씨의 배달 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승진 및 전보 청탁과 관련해서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이 특정 경찰관의 승진과 전보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그렇게 한 정황이 보이긴 하지만 직권남용 범죄를 구성할만한 증거물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그러한 언급들이 부적절했더라도 곧바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사건 배당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만 특정 경찰서의 특정 경찰관에게 배당하도록 부하에게 지시한 혐의는 서울경찰청장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판결을 지켜본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한 피해자는 “유죄가 인정된 사건 배당 관련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로 판단된 승진 청탁·전보 청탁 혐의와 비교해 보다 구체적인 지시가 필요한 범죄”라면서 “모든 혐의가 유죄거나 무죄라면 인정할 수 있지만 사건 배당 부분만 유죄라는 판단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피해자는 특히 “1조 사기범 김성훈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IDS홀딩스 회장으로 활동한 유씨의 명함을 받은 구 전 청장이 김 대표를 몰랐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면서 “‘김성훈 대표의 범죄행위를 돕기 위해 (유씨가) 사건 배당을 부탁했다는 것을 (구 전 청장이)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재판부 판단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