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동력인 수출 꺾이면 직접적 영향 받아"…미 금리인상 속도에도 경계감 드러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를 국내 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이 총재는 20일(이하 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한국·스위스 통화스와프 협정 서명식 후 기자들과 만나 “보호무역정책이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점점 강해지고 있다”며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지만,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보호무역정책이 강해져서 상당히 눈여겨 지켜봐야 할 대목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에도 (보호무역이 어느정도 강화될 지) 예단하기가 어려운데 그럴 가능성을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며 “예상을 뛰어넘게 강하게 나온다면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수출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인데, 수출이 꺾이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보호무역주의 강도를 한층 더 높였다. 무역확장법은 미국 안보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수입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직권으로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이다. 일각에선 미국 보호무역 확장이 철강재뿐만 아니라 수출 산업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경제 전망할 때에도 그렇고 경제 주체들이 올해 경제운용 계획을 짤 때에도 미국이 세 번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계획을 짰다”며 “예상 외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세 번 넘게 올리거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올리거나, 유럽중앙은행(ECB)등 다른 곳에서도 완화를 줄이고 긴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히 애로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 같이 주요국 긴축 속도가 빨라지게 될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보다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게 되면 국제금융시장에 금방 영향을 주고 국내금융시장에도 바로 파급이 된다. 이럴 경우에 대응할 자세는 항상 갖추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열린 한국·스위스 통화 스와프에 대해선 “통화스왑을 할 때에는 상대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스위스 중앙은행이 한국경제가 견실하다고 보고 있고 외환·금융시스템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미국·일본 등 기축 통화국과의 통화 스와프와 관련해 “기축통화국은 6개인데, 2개국하고 했다”면서 “일본이 아무래도 좀 관심사다. 스왑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사전에 이야기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은 여건이 좋지 않지만 한·일 중앙은행간 교류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간이 경과하면 통화 스와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일 오후(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스위스중앙은행 본부에서 이주열(오른쪽) 한국은행 총재가 토머스 조던 스위스중앙은행 총재와 양국간 통화스와프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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