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지도 높인 것은 得…잇단 발빼기로 인한 신뢰추락은 성장전략 제약할 가능성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호반건설에 대해 업계에서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호반건설에 대해 업계에서 “대우건설을 인수하지 못했지만 얻은게 더 많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대우건설이 매각추진 과정의 잡음으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호반건설은 ‘인지도 상승’이란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린 때문이다. 하지만 잦은 '들러리 역할'로 인한 신뢰도 추락으로 앞으로 인수합병 시장에서 홀대 받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이번 대우건설 인수 무산을 놓고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는 ‘대우건설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송문선 대우건설 시장을 비롯해 자사 출신을 대우건설 임원급으로 임명했다. 그럼에도 최근 발표된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3000억원대 손실을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달 31일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로 자사 출신을 내려보낸 사실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대우건설도 비난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6년 ‘빅배스'(대규모 손실처리)를 감행해 영업손실 4627억원을 기록했다. 사우디 짜잔 플랜트 현장, 알제리 플랜트 현장 등의 해외 현장에서 예상 손실을 일제히 반영했다. 앞서 지난 2016년 3분기 지정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받은 이래 해외 현장의 회계에 보수적으로 접근한 결과다. 이같은 접근방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해외손실이 발생해, 결국 매각중단으로 귀결된 데 대해 대우건설의 부실한 해외현장 관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 호반건설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으로 홍보효과 ‘톡톡’

대조적으로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실패에도 불구하고 얻은게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것은 아파트 브랜드 홍보효과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3년 도급순위 24위에서 2016년 13위로 순위가 급등했다. 이번 인수전 와중에 대우건설이 보유한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과 호반베르디움이 나란히 언급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아파트 브랜드만이 아니다. 회사 자체를 홍보하는 효과도 발생했다. 호반건설은 막대한 현금보유량, 자수성가한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일대기를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호반그룹은 현대산업개발 출신 인사를 집중적으로 영입했다. 이에 현대산업개발과 같이 토지매입 후 분양 전 과정을 책임지는 자체사업을 통해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며 “이번 인수전을 통해 호반건설은 회장의 일대기를 알린 것은 물론 대우건설과 같은 대형 건설사와 어깨를 나란히 서는 기회를 얻게 됐다. 앞으로 도시정비 사업 수주 과정에서 얻는 이점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수합병 시장에서 치고 빠지기만 한다”는 오명 더 굳혀

반면 잃은 것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호반건설의 잦은 인수의사 철회에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된다.

이번 대우건설 이전에도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동부건설, SK증권 등의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중도에 발을 빼면서 ‘들러리 역할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 과정이 특히나 이슈였던 만큼 앞으로 호반건설의 인수합병 시장 참여에 일정부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인수합병 시장에서 매각을 추진하는 측에서 호반건설의 인수참여를 마냥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우건설 이슈가 파급력이 큰 만큼) 앞으로 인수합병 시장에서 매각측은 (매입자로 호반건설이 참여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호반이 다음에 인수합병 시장에 참여할 때 과연 다른 인수 희망기업과 똑같은 신뢰를 얻고 동등한 기회가 제공될 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인수합병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사실상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면 앞으로 기업 인수 참여가 제약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그룹 성장 전략에 근본적인 차질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초래되는 기회 손실은 아파트 브랜드 가치 상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 성장에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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