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사든 믿고 갈 수 있는 가게를 소개합니다. 이번 달은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리빙 편집숍 르시뜨피존입니다

매장 전경.
매장 전경.

 

예전의 가로수길에는 꽃집이 있었고 서점도 있었다. 음반점도 있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했던 길이다. 하지만 어느새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장악하고 대형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길이 돼버렸다. 그 와중에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면서 제 색깔을 유지하는 완소 가게가 있다. 르시뜨피존(@le_site_pigeon)이다.

오이뮤의 인센스 스틱. 1만2500원.
오이뮤의 인센스 스틱. 1만2500원.
소리야나기 커피 스푼. 8000원.
소리야나기 커피 스푼. 8000원.

 

작은 거인 같은 상점

3평 남짓한 공간의 르시뜨피존(Le Site Pigeon). 한쪽 벽에는 네덜란드 드룩디자인의 고풍스러운 벽지가 발라져 있고 또 다른 쪽 진열장에는 일본 켄트사의 칫솔이 놓여 있다. 특수 용액에 담가 식물의 형태와 색을 관찰할 수 있는 식물표본도 있다. 양유완 작가의 유리 문진과 유리 인센스 홀더도 있다. 초록색 벽에는 패션 디자이너 입생 로랑이 1970년대부터 매년 그려왔던 ‘LOVE’ 포스터가 걸려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달걀 모양 행어와 구두 모양을 유지하기 위한 슈트리로 만든 후크도 있다.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고,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르시뜨피존. 당장의 생존에 도움을 줄 필수용품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이 조금 더 편안해지고 좀 더 행복하며 더욱 유익해질 수 있는 물건들이 즐비한 곳이다.

오븐용 장갑. 2만4000원.
오븐용 장갑. 2만4000원.
키링, 북마크와 식기류 등 다양한 제품군.
키링, 북마크와 식기류 등 다양한 제품군.
키링, 북마크와 식기류 등 다양한 제품군.
키링, 북마크와 식기류 등 다양한 제품군.
오리 모양 병따개. 6만원.
오리 모양 병따개. 6만원.

 

해외 각국의 다양한 식기

켄트의 가는 모 칫솔. 4300원.
켄트의 가는 모 칫솔. 4300원.

르시뜨피존에서 특히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식기류. 1949~64년까지 핀란드에서 생산된 루스카 식기, 청나라 때 만들어진 항아리, 프랑스의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글라스웨어도 있다. 현대에 생산돼 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제품도 있다. 18~19세기 나폴레옹이 사랑한 꿀벌을 모티프로 파리 박물관에서 제작한 유리컵, 세계적인 커틀러리 브랜드인 일본의 소리야나기 커피 스푼, 버터나이프, 슈거 스푼까지. 하나 같이 그 가치와 미감이 남다른 물건투성이다. 이래서 가로수길에 간다면 이곳을 꼭 들러야 한다.​

이경현 기자
수저 한 벌, 1인조 커피잔 등 소소한 살림 사기를 좋아한다. 그간의 경험과 좋은 것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매달 지극히 주관적으로 엄선한 숍을 소개한다.

 

기획 이경현 기자 사진 박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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