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신용공여금지 위반으로 과징금 57억 등 제재…임직원 불법자전거래로 단기금융업 인가 미뤄져


KB증권이 현대증권 시절 발생한 문제로 단기금융업 인가 보류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KB증권 여의도 사옥 중 하나. / 사진=뉴스1
현대증권 인수 2년차를 맞은 KB증권이 ‘현대’라는 이름에 계속해서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KB증권(옛 KB투자증권)은 현 KB증권 윤경은 대표가 현대증권 사장이었던 시절 발생한 대주주 신용공여 문제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과징금 57억원 등 중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물리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로 공을 들였던 초대형IB(투자은행) 단기금융업 인가에도 사실상 차질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현대상선이 유상증자 한 달 만에 거래정지 조치를 당하면서 이를 주관한 KB증권 책임론도 가시지 않고 있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에 주관사들이 투자위험요소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징계가 내려진 자전거래, 리스크 한도 초과 등 각종 문제 행위도 현대증권 시절 터져나온 것으로 통합 KB증권의 이미지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등을 위반한 KB증권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와 과징금 57억5500만원, 과태료 9750만원을 확정했다. 이에 더해 금감원은 퇴직 임원 1명에 대한 감봉 상당 징계와 주의적 경고 1명, 퇴직자위법사실 통지 3명 등의 조처를 내렸다.

이번 위반 사실은 과거 현대증권 시절에 발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난 2013년 12월 IT(정보통신 기술) 서비스 계열사인 현대유엔아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억원을 출자했다. 현대증권은 2014년 5월에도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앤알에서 발행한 61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인수했다. 당시 현대증권 대표는 윤경은 현 KB증권 사장이었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현대증권이 계열사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고, 후순위 대출을 통한 신용보강 행위를 한 점 등을 들어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금지 조항은 금융투자회사가 대주주의 사금고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KB증권은 현대증권이 2014~2016년 파생결합증권(ELS)을 운용하면서 수 백 차례에 걸쳐 리스크 한도를 초과한 게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심지어 당시 사내 리스크 담당 부서는 이런 내용의 ELS 초과 사실을 인지하고도 실효성 있는 개선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현대증권은 2016년 5월 일부 임직원의 불법 자전거래가 문제가 돼 금융당국으로부터 1개월 영업 정지와 과태료 2억8750만원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자전거래는 두 개 이상 내부계좌로 주식이나 채권을 거래하는 것으로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한다.

문제는 과거 현대증권 시절 발생한 일들이 KB증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KB증권은 지난해 1월 통합하면서 초대형IB 추진에 공을 들였었다. 당시 합병으로 자기자본 순위가 업계 3위로 뛰어올라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초대형IB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단기 금융업을 불법 자전거래 등 문제로 인가받지 못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이에 이달 초에는 KB증권 스스로 이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인가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현대’에 대한 악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현대상선 유상증자를 주관했는데 현대상선이 이달 16일 전임직원의 배임 혐의 등 법적 문제로 거래가 중지된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실사와 증권신고서 작성을 주도한 주관단이 이같은 위험을 고지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사들인 현대상선 실권주 4660만여주 중 3000만주를 올해 초 블록딜(대량매매) 형태로 제 3자에게 매각했는데 이 역시 도덕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증권을 비롯한 주관단 측은 해당 법적 사안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적절한 매각이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도 실권주 매각 가능성은 투자자들이 우선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대주주 적격성, 금융 소비자 보호 여부 등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KB증권의 경우 과거 현대증권 시절 발생한 이슈 탓에 유무형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리스크 요인들을 보완해 빨리 털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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