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인상에 임대료까지 올라 '허덕'…가맹본부 "값 올리는 가맹점 막을 방법 없어"

인건비·원재료값 상승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에 가격 인상이 줄 잇고 있다. 본사가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가맹점 차원으로라도 가격을 올리겠다는 점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꼼수 가격 인상'을 정조준하고 나선 탓에 본사가 가격 인상을 주도할 수 없자, 가맹점들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나선 것이다. 결국 오른 가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 외식 업계가 음식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롯데리아, KFC 등 패스트푸드점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은 릴레이처럼 다른 업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음식점 앞에 메뉴들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스1
커피빈코리아는 2014년 이후 4년만에 일부 제품 가격을 2월 1일부터 200~300원씩 인상한다. 커피빈은 가격 인상의 이유로 “지속적인 원가인상요인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부메뉴의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는 기존 4500원에서 4800원으로, 카페라떼는 5000원에서 5300원으로 오르게 된다.

신전떡볶이는 이번달부터 떡볶이 가격을 500원 올렸고, 쌀국수 전문점인 미스사이공은 쌀국수 등 주요 메뉴 가격을 10~15% 올렸다. 김밥 전문 프랜차이즈 고봉민김밥도 최근 김밥 가격을 300~500원 올렸다.

이 같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 분위기에 치킨 프랜차이즈도 동참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가격 인상을 발표했던 BBQ와 교촌치킨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한 바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들로부터 가격을 인상해달라는 요청은 예전부터 있었다. 치킨업계 가격 인상이 안 된지 10년가량 됐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본사가 가맹점에 소비자가격을 권장할 수는 있지만, 최종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건 각 가맹점의 점주 몫이다. 이 때문에 본사가 가격 올리기에 주춤하자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리겠다는 가맹점주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점주는 “배달만 하는 매장이 아니고 알바생도 같이 쓰는 매장이라 제품 가격이라도 올려야 한다”면서 “당장은 올릴 계획이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중구에서 또 다른 치킨집을 운영하는 점주 역시 가격 인상을 고심중이다. 그는 “최저임금만 문제가 아니다. 사실 임대료가 가장 큰 문제다. 갱신때마다 팍팍 오르다보니 제품 가격을 안 올리곤 못 버틴다. 아직은 주변 가게 눈치를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파리바게뜨 등 베이커리와 교촌, 굽네, BBQ, bhc, 페리카나 등 치킨 프랜차이즈는 지점 별로도 가격이 상이하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근거리에 위치한 A점포와 B점포의 양념치킨 가격은 1000원 차이가 난다.

이처럼 외식업계 가격 인상 범위가 점차 넓어지자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본사가 권장소비자가를 올리지 않더라도 개별 사정이 있는 점주의 (가격 인상) 결정을 막을 순 없다”면서 “최근 다양한 상생 방안이 나오는 것도 결국 점주들이 느끼는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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