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변경죄는 적용 안돼…대법 “활주로는 항공기 항로 아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지난 2014년 12월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사진=뉴스1

‘땅콩회항’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확정 받았다. 다만 쟁점이 됐던 항로변경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활주로를 항공기의 항로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항공보안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으나 업무방해와 강요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조 전 사장에 대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에 비춰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동하는 것을 항로에서 이동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면서 “지상의 항공기가 운항 중이라고 해 지상에서 다니는 길까지 항로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어 “항로변경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공항발 인천행 대한항공 항공기 KE086 1등석에 탑승해 견과류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 등으로 2015년 1월 구속기소 됐다. 이 소동으로 항공기 출발시간이 약 24분이 지연됐다.

1심은 항로변경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이 국토교통부 조사 과정에서 허위진술 등을 강요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반면 2심은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업무방해와 강요 혐의만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로 조 전 부사장은 석방됐다. 당시 재판부는 “항로의 사전적 정의는 항공기가 다니는 하늘길이고,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넓게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이 사건을 소부에서 2년 반 동안 심리하다 항로변경죄 성립 등에 대한 법리를 판단하기 위해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들은 대부분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먼저 심리를 한다. 다만  ▲소부의 대법관들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소수의 의견이 나온 경우 ▲명령·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그 사건이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할 경우에는 대법관 회의를 통해 전원합의체로 사건이 넘겨진다. 의결은 대법관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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