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법에 따른 지배구조 문제 삼는 것 부당…지배구조보다 특정인 겨냥 속셈" 불만 토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10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가계부채 대책 마련 당정협의에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

금융계에 신(新)관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금융권은 민간기업 인사에 정부가 관여하려 한다며 반발한다. 금융권은 이사회가 법령에 따라 운영되고 있어 문제 삼을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금융사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등을 내세우며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 산업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당국의 간섭이 다른 산업보다 더 직접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현실이나 지금은 과도한 면이 있다"며 "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그에 따라 관리를 하면 된다. 지금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를 문제 삼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적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는 법률에 따라 틀이 만들어져 있다. 금융사들은 금융위 주도로 지난해 8월 제정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제정해 이에 맞춰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3장은 이사회 구성과 운영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금융회사는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어야 하고 사외이사 총수도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특히 이사회 의장과 관련해 금융회사 이사회는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예외가 있다. 이 조항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 이사회는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다. 이사회 의장에 꼭 사외이사가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으로부터 최근 경영유의를 통보받은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모두 선임하고 사외이사 권한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문제를 삼은 금융사 상시지배구조위원회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도 모두 사외이사가 담당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상시지배구조위원장에는 최영휘 사외이사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에는 유석렬 사외이사가 위원장이다. 이외에 평가보상위원회 위원장엔 이병남 사외이사가, 리스크관리위원장엔 박재하 사외이사, 감사위원장엔 한종수 위원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윤종규 회장과 이홍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회를 이끌고 있지 않은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윤종남 사외이사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충족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도 윤 사외이사가 담당한다. 

 

특히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융사 임원 선임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사람 중에서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회장 본인이 임원 후보로 추천되는 경우엔 임추위 결의에 관해 의결권 행사가 금지된다. 금융사에서 이를 어기면서까지 회장과 임원을 추천하거나 연장시킨 임원은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이사회의 공정성 논란을 금융사의 지배구조로까지 확대해 문제로 삼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인사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고 우려를 제기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법률을 어기지 않았지만 지배구조와 경영승계의 투명성, 공정성을 점검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의적 해석 여지가 많다"며 "법 개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지금과 같이 (경영유의) 통보를 통해 개선한다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준법감시부 한 관계자는 "회장 후보군 중에서 현직 회장의 능력이 객관적으로 뛰어나고 은행 실적도 좋았다면 (회장의) 연임은 문제 될 수 없다"며 "결국 당국에서 금융사 지배구조보다 누구는 안되고, 누가 그 자리에 와야 한다는 식으로 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당국에선 금융사의 지배구조에서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오찬간담회에서 "내년 초 주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및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공정성·투명성을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겠다"며 "CEO 승계를 위한 후계자 육성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았고, 사외이사는 후보추천·평가 과정에서 경영진의 영향력이 반영돼 독립성이 저하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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