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미 국무장관, 북에 ‘전제조건 없는 대화’ 제안…“트럼프 승인 여부는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7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에 도착해 미8군 사령부 상황실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대화하며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면서, 미국 정부가 북한에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기존 강경책을 유지하던 미국이 북한 핵위협에 크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에 장기화된 북미 갈등이 분수령을 맞을지 주목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쉽 재구상’ 토론회에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겠다”며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다. 그간 미국의 대북 기조를 뒤엎는 파격적 제안이다.

그는 “어떤 얘기라도 좋으니 얼굴보고 마주앉아 대화하자”며 강한 대화 의지를 표출했다. 그러면서도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조용한 기간’이 필요하다”며 “대화 도중 북한이 핵 실험을 단행하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놓고 미국이 북한의 핵도발에 이전보다 다급히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미국의 고위 외교 공직자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북한의 공격적 위협을 둔화시키기 위해 다급히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미국 백악관도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의 의중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같은 날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 백악관은 이에 대한 성명을 내놓았다. 백악관은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위험한 행동들은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밝혔다.

이에 대해 스위스 국영방송 스위스인포는 “미 정부 내 틸러슨 국무장관 영향력은 내림세”라며 “백악관의 ‘애매모호한’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장관에게 (북한에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는 것에 대한) 승인을 줬는지에 대해 불확실성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이제껏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도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로켓맨’이라면서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내려하는 노력에 대해서도 ‘시간낭비’라며 비관적 태도를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9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를 통해 “틸러슨 국무장관이 ‘작은 로켓맨’을 협상하려는 노력은 시간낭비”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은 미대륙을 강타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하기 전까지 미국과의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 다수는 북한이 아직 미대륙을 강타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까지는 성공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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