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반대 일어도 미국 내 유대인·기업·언론 지지층 결집 노려…이슬람권 등 반발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EPA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전체를 손에 넣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아니다."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내놨던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결정' 공약을 끝내 실천에 옮겼다. 그는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이 같은 공약에 내걸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오늘 나는 이를 실천한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선택을 두고 일각에선 중동 평화를 악화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되나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공식화'는 트럼프의 실용주의와 유대인의 이상주의가 이뤄낸 성과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이스라엘에서도 굉장히 예민한 이슈라 (실명으로) 말하기 어려우나 글로벌 유대인 네트워크가 이번 결정을 이뤄낸 것"이라며 "금융가, 기업만 아니라 (트럼프를 반대해온) 대표 미국 언론사들은 유대인에 의해 움직인다. 이들이 분명 트럼프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예루살렘의 수도 공식화는 트럼프의 비즈니스 기질과 유대인의 이익이 결합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내 최대 유대인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 초대받지 못하면 미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 로비단체의 영향력도 이번 결정에 역할을 했다"며 "이스라엘에 이런 것을 해줬을 때 미국 내 유대인이 트럼프를 다시 보게 되고 결국 트럼프는 자금, 언론 등 모든 면에서 이득을 보게 된다. 트럼프는 미국에서만 살아남으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AFP

뉴욕타임즈 기자이면서 국제문제 전문가인 토머스 프리드먼도 자신의 책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에서 "전부를 가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트럼프가 이스라엘만 아니라 본인에게까지 이 말을 적용해 큰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뉴욕타임즈는 트럼프의 이번 공약을 두고 미국 내 유대인계 유권자와 복음주의 기독교 유권자들을 위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집단의 강력한 친이스라엘 정책 찬성을 통해 미국 내 트럼프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미국 내 반트럼프 지지층 와해뿐 아니라 러시아 스캔들을 종식할 돌파구를 찾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트럼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이슬람권은 물론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조차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중동 전역에 폭력 사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트럼프식 실용주의와 사업가기질이 이번에도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에는 백악관 내 친 이스라엘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트럼프의 '눈과 귀'가 되고 있는 유대인이자 맏사위인 재러드 쿠시너 백악관 선임 고문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등 주요 내각에 유대인이 대거 포진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방문해 유대인 전통모인 키파를 쓰고 추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AFP

이들은 오바마 전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설립에 반대한 것에 맞서 정착촌 설립을 추진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수도 공식화에도 힘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실제 2003년 요르단강 서안 베이트엘 정착촌에 1만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예루살렘 수도 공식화 테러 위험도 높아질 수 있어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 승리를 통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뒤 예루살렘 전체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주장해왔다. 국방부를 제외한 이스라엘의 거의 모든 주요 입법·사법·행정 기관은 예루살렘에 있다. 하지만 국제법상 예루살렘은 어느 국가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1947년 유엔은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에 대해 ‘특별한 국제체제’라는 독특한 지위를 부여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관계자는 "앞으로 이스라엘 내 테러도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며 "트럼프가 위험한 일을 하긴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대인들은 디아스포라를 겪으면서 이스라엘에서 돌아와보니 팔레스타인이 살고 있었다"며 "성경적으로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땅이 맞지만 팔레스타인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예루살렘을 수도로 공식 선언한 것은) 예민한 부분을 건든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안에 있는 통곡의 벽에서 유대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과거 성전을 지은 솔로몬왕의 영광이 재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서를 외우고 기도한다. 유대인들은 그 영광의 첫 신호탄으로 공식적인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을 염원해 왔다. / 촬영=이용우 기자, 편집=노성윤 영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