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동맥질환과 척추협착증이 원인, 갈수록 보행 거리 짧아져…유산소운동이 예방법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70대 초반 김모씨는 최근 척추협착증 진단을 받고 다니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걷는 동안 종아리 통증이 없어지지 않아 병원을 옮겨 다시 진찰을 받았다. 결국 심각도가 낮은 척추협착증과는 별개로 하지동맥질환이 발견돼 치료를 받았다. 

 

이처럼 걸으면 종아리에 통증이 발생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상태를 ‘하지파행’이라고 한다. 하지파행은 누워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아무렇지 않다가 서서 걷기 시작하면 종아리가 불편해진다. 계속 걸으면 나중에는 종아리가 터져나갈 것 같은 통증이 발생하고 결국 잠시 쉬었다가 걸어야 한다.   

 

하지파행 초기에는 아주 많이 걸어야 증상이 나타나고 불편하긴 해도 못 참을 정도로 심하지 않아 비교적 장거리 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태가 진행될수록 환자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짧아지게 된다. 나중에는 걷다가 통증이 심해 걷기를 중단하고 쉬는 사례가 늘어나게 된다. 

 

하지파행 원인으로는 다리로 가는 동맥이 막혀 혈액순환이 떨어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를 하지동맥질환으로 분류한다. 또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요추 안쪽에서 압박을 받아 신경통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사례를 척추협착증이라고 한다. 하지파행은 종아리가 아픈 상태고, 원인은 하지동맥질환과 척추협착증이다.  

 

이 두 가지 질환은 다르다. 하지만 앉아있거나 누워 있을 때는 통증이 없다가 보행하면 종아리가 아파지는 증상은 유사하다.  

 

우선 하지동맥질환은 다리로 가는 동맥이 동맥경화증에 의해 막히는 질환이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경색은 원인과 병태생리가 동일한 전신 질환이다. 단, 막히는 혈관이 어디냐에 따라 다른 병처럼 보일 뿐이다. 

 

즉 당뇨병과 고혈압, 흡연, 고지혈증, 운동부족, 만성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 원인으로 작용해 혈관 안쪽에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혈액순환이 차단돼 필요한 곳에 혈액공급이 안 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발목에서 맥박을 잡아 보아 맥이 약하거나 잡히지 않으면 의심해 볼 수 있다. 동시에 발이 차갑고 심한 경우 시퍼렇게 색이 변하기도 한다. 

 

예비검사로 발목과 팔에서 혈압을 측정해 두 값을 나눠 보면 진단이 가능하다. 확진은 다리 혈관에 조영제를 주사하고 엑스레이를 찍는 동맥조영검사로 가능하다. 혈관 막힘이 심한 경우에는 협심증에서처럼 풍선확장술과 스텐트삽입술로 치료할 수 있다.

 

김철 상계백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하지동맥질환 환자는 의외로 국내에서 숫자가 많지 않다”면서도 “향후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발병 가능성이 있고, 최악의 경우 다리를 절단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질환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앓아본 가족이 있거나 흡연과 당뇨병은 하지동맥질환의 3대 위험요인이다. 여기에 고령자는 하지동맥질환 발병 여부를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협착증은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요추 안쪽에서 압박을 받아 다리 쪽에 신경통이 생기는 질환이다. 척추협착증은 척수가 지나가는 척추관이 퇴행성변화 등으로 좁아지면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다발이 압박을 받아 신경통이 생긴다.

 

이 질환은 자세에 따라 더 심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즉 앉아 있을 때에 비해 서 있을 때 요추 안쪽에서 신경 압박이 심해지고, 서서 허리를 펴고 걸을 때 신경 압박이 심해지니 걸으면 통증이 오게 된다. 

 

이에 허리를 구부리고 걸으면 증상이 줄고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서 쉬면 증상이 없어진다. 이 경우 다리 신경의 혈액순환을 좋게 해주는 약을 투여하고, 자세교육 및 통증완화를 위한 보존적 치료를 한다. 척추관이 너무 많이 좁아진 고도 척추협착증의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하지파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관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한번에 40분 이상 씩 주 3회 이상 꾸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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