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가 없어서, 혹은 가족과 떨어져서 쓸쓸한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는 7권의 책.

 

 
사진=그라치아

혼자일 것, 행복할 것 _홍인혜

‘혼자’라는 순간을 절실하게 느끼던 날을 기억한다. 긴 연애에 종지부를 찍었던 날도 아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던 날이었다. 그 당시 읽었던 이 책은 긴긴 주말 밤 내게 큰 위로를 주었고,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실용적인 팁도 전해 주었다. 이 책은 30대 싱글 여성의 독립 성장기이자 실전편이다. ‘독립’, ‘미혼 여성’, ‘30대’라는 키워드를 가졌다면 눈물을 찔끔거릴 만큼 위로되고 깔깔깔 소리 내어 웃을 만큼 공감되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저자는 마치 옆집 언니처럼 굳이 남과 같은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며 조곤조곤 말해 주는 듯하다. ‘혼자여도 행복할 것!’이라고.

 

내 맘속 한 구절 어쩌면 우리 모두에겐 외로움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오직 스스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자발적인 고독 타임 말이다. (중략) 그렇기에 모두가 떠난 빈집에 혼자 남아 있는 독거인의 모습을 무조건 스산하고 가엾고 가슴 찡한 풍경으로 해석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중략) 우리는 안정적으로 외롭다. Words 이지애(JTBC 플러스 미디어 플래너)​

 

 

소수의 고독 _파올로 조르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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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찬 바람이 코끝을 스치면 꼭 생각나는 책. 몇 년 전, ‘가을을 타는 사람을 위한 책 리스트’를 보고,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달래지만 때론 고독과 그 고독이 주는 멜랑콜리함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게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위로를 위한 책이다. 남녀 주인공 각자의 사연과 관계의 시작, 그리고 그 후에 대해 이야기하며 불완전했던 각자의 삶이 서로를 통해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었는지 담담하게 그려낸다. 소리 없이 다가와 마음을 토닥여 주는, 그런 슬프지만 다정한 소설.

 

내 맘속 한 구절 차가운 아침 공기가 옷 속을 파고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이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샤워와 따뜻한 차 한 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Words 정지원(<얼루어>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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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망치는 남자 _도널드 밀러

우리는 왜 연애가 하고 싶을까. 연애의 끝은 왜 늘 실패일까. 살면서 연애를 갈구하는 기간이 있는 것처럼 또 일정기간은 나의 연애가 어째서 종결되는지, 왜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지 혼자 반성하고 탐구해 보는 기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나도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머리에 ‘멘소래담’을 바른 기분이 들었다.

 

내 맘속 한 구절 그리고 우리에게 좋은 것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랑도 후천적인 취향이다. Words 태재(시집 『우리 집에서 자요』와 『단순변심』 등을 낸 시인이자 작가)​

 

힘 빼기의 기술 _김하나

사진=그라치아

내게 제일 필요한 건 시시껄렁하고 느슨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술술 읽어 내려가다가 촌철살인 같은 문장을 보면 멈칫,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책이다.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보내는 게 내겐 더 없이 좋은 위로와 다독임이 된다. 특히 만사 귀찮은 와중에도 기꺼이 연애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혹 연애 세포가 죽어 걱정이라면 추천.

 

내 맘속 한 구절 사랑은 결코 사치가 아니다. 적어도 내게 사랑은 인생 자체의 목적이자 이유였다. 그러니 빡빡한 삶 사이로 만약 사랑의 조짐이 찾아온다면, 인생에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으니 억누르지 말기를. Words 유정수(<인스타일>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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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_김연수

제주도로 여행을 갔을 때 게스트하우스 책꽂이에서 발견한 책이다. 20대 초반에 유별나게 좋아했던 김연수의 책을 제주에서 만나니 왠지 반가웠다. ‘대학 다닐 때가 좋았지’라고 타령할 시기라서 더 좋았던 것도 같다. 그런 내게 김연수는 자신의 시간 여행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의 마음에 담은 수십 편의 시에 추억을 덧붙이는 식으로 말이다. 그가 웃거나, 절망하거나, 후회하거나, 설레어 하던 순간들과 그 무렵의 생각들. 책을 읽으며 그것들에 공감했을 뿐인데, 어쩐지 나는 아주 멋있는 친구와 오랜 담소를 나눈 듯 마음이 포근했다.

 

내 맘속 한 구절 지금은 그 골목도 모두 없어지고, 다정하고 유쾌한 밤들고 지나가고, 다시 처음처럼.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인간은 여러 번 살 수 있다는 듯이, 다시 처음처럼. Words 김수정(29CM 커머스 에디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_루이스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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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어른이 되어서 읽어본 적이 있는가? 아직 그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꼭 한 번 보길 추천한다. 이미 잘 아는 내용이지만 조금은 더 색다르게 다가온다. 앨리스가 모험하는 상상의 세계에 푹 빠져 커플들을 부러워할 겨를이 없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항상 다른 출구를 찾아내는 앨리스를 보면서 ‘지금 나는 잘하고 있구나’ 하는, 또 다른 위안이 된다. 여러모로 따뜻한 기운을 선사하는 책.

 

내 맘속 한 구절 “내가 여기서 어디로 가야 좋을지 말해 줄 수 있겠니?”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 있지” “난 어디로 가더라도 상관없어. 어딘가에 도착한다면 말이야.” “오, 충분히 걷기만 한다면 어딘가에 도착하는 법이야.” 고양이가 말했다. Words 문가영(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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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 _장석주

뜨뜻미지근한 연애도 시시하고, 흥청망청 술로 지새우던 밤들도 성가시다. 본디 외로움이란 내면의 몰입으로 이겨내는 것. 전에 없이 침묵과 고요를 사랑하게 됐다. 외로울 때 책은 가장 좋은 말벗이 되어준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는 시작보다 끝이 더 많아지는 ‘인생의 오후’에 당도한 시인이 결혼, 돈, 시간, 나이 듦, 실패, 인생의 맛, 사라짐, 시작과 끝 등등을 두고 혼자 궁구한 것들을 풀어서 쓴 산문집이다. 인생의 선배가 나긋나긋 이야기하듯 평온하게 써 내려간 문장들이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내 맘속 한 구절 나는 예전보다 고독에 대한 관용이 더 많아지고, 시작보다는 끝이 갖는 모호한 슬픔에 예민해진다. 어둠이 곧 닥칠 것을 알기에 새 기억보다는 지나간 기억들을 반추하고 회고하는 일이 잦다. 더러는 오후의 빛 속에 서서 슬픔과 무 사이에서 서성이는 내 그림자를 보고 놀란다. 나는 청춘의 피를 달아오르게 하던 갈망이나 집착에서 놓여나 평온한 오후를 맞고자 한다. Words 김루비(<그라치아>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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