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채납·초과이익환수제 제외 등 장점 부각…수익성에서도 성공 사례 잇달아 시장서 관심 커져

 

수도권 리모델링 추진중인 주요 단지 및 추진절차 / 자료=부동산114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영동대로 남단에 위치한 ‘청담아이파크’와 ‘청담래미안로이뷰’는 이 일대 주택시세를 이끄는 신축 랜드마크로 평가된다. ‘청구아파트’와 ‘두산아파트’라는 이름으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두 단지가 시장에서 주목받게 된 건 지난 2014년 리모델링으로 환골탈퇴하면서부터다.

과거 전용면적 84㎡(구 34평) 단일 평형으로 이뤄진 두 단지는 1:1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크기를 전용 110㎡(구 42평)로 30% 키우면서 방과 거실 면적을 넓혔다. 또 독서실과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등 주민공용시설을 크게 늘리고 기존엔 없던 지하주차장도 만들었다. 사업기간은 조합설립부터 준공기간까지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청담아이파크에 거주하는 A씨는 “더 넓어진 새 집에서 살게된데다 공원같은 조경과 지하주차장까지 갖추면서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흡족해했다.

남다른 집값 상승세로 자산가치도 커졌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공시현황에 따르면 리모델링 추진 이전인 지난 2009년 12월 청구아파트는 6억9500만원에 매매가 성사됐는데, 리모델링 후인 최근 청담아이파크는 17억원에 실거래됐다. 입주 후 2억6000만원을 추가분담금으로 지불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8년 사이에 7억원 이상(약 78%)의 자본수익률을 누리게 된 것이다. 같은시기 바로 옆 ‘건영아파트’(2009년 12월 실거래가 7억원, 현재 시세 11억)를 매수했더라면 시세차익은 4억원(약 57%)에 그쳤을 것이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북쪽에 자리한 ‘래미안 하이스턴’ 역시 마찬가지다. 이 단지는 1:1 리모델링을 통해 ‘대치 우성2차’라는 이름을 버리고 2014년 새로 태어났다. 차로 빼곡하던 지상주차장이 인공연못과 폭포가 있는 단지 내 소공원으로 바뀌었고, 실내는 전용면적 84㎡(구 34평)이었던 주택을 전용 110㎡(구 42평)으로 넓어졌다.

이 단지는 이른바 ‘대전족(학군 및 학원가를 좆는 대치동 전세거주자)’에게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지척에 있는 은마, 선경, 미도, 현대, 쌍용 등이 최소 20년 이상의 노후한 아파트인데 비해 이곳만 유일하게 입주 5년 이내 신축아파트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셋가격이 매맷가를 밀어올리며 시세 역시 인근 여느 단지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 시장에서 리모델링 성공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재건축보다 사업기간이 짧고, 조합원 지위 양도도 가능한데다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피할 수 있다는 리모델링 제도의 장점이 부각된 영향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는 약 45곳, 2만가구 이상으로 추산된다. 특히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의 사업성이 낮다고 인식되는 1기 신도시를 비롯해 규제가 집중된 서울 중심으로 움직임이 있다.

리모델링은 낡은 아파트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재건축과 같다. 하지만 재건축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완전히 다시 짓는 방식이라면 리모델링은 건물을 받치는 기본 구조물(뼈대)을 그대로 둔 채 고쳐짓는 형태다.

수익을 내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재건축은 대개 기존 가구 수보다 많은 물량을 지어 조합원 몫을 제외한 주택을 일반분양함으로써 사업비 부담을 줄인다. 반면 리모델링은 그동안 신축시 증축은 거의 없이 새 집이라는 신축 프리미엄이라는 장점만 시세에 반영된다. 때문에 수익성이 재건축보다 떨어진다는 편견도 있어 지금까지는 리모델링 사업이 주목받진 못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난 2003년 첫 리모델링 추진단지가 나온 이후로 10여년간 사업이 완료된 곳은 15곳 안팎에 불과하다.

그나마 최근 들어 리모델링 움직임이 눈에띄는 것은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반면, 리모델링은 추진이 보다 용이하게 지난 2014년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1:1 리모델링만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가구 수 15% 증가 범위 안에서 최대 3개 층(14층 이하 2개 층, 15층 이상 3개 층)까지 수직 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사업추진이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재건축은 대개 준공 30년 이상된 아파트부터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이면 할 수 있다. 주민동의 요건도 80%에서 75%로 낮아졌다. 이에 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2015년 9조원에서 2020년에는 10조4000억원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한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리모델링도 정부의 안전성 규제로 시장이 급격히 커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안전 문제를 이유로 아파트 내력벽(건축물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설계한 벽)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제는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내력벽을 철거하지 않으면 건물 구조에 따라 증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2019년 3월까지 미뤘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리모델링은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여의치 않은 단지가 차선책으로 선택한다는 인식이 아직까지는 많이 깔려 있다”며 “재건축 대비 자기부담금이 높아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인식때문에 단기간에 추진 움직임이 활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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