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동일 브랜드 화장품 매장 최대 13곳… H&B스토어도 경쟁 가세

지난 7월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중심가 명동역 6번 출구에서 나와 명동예술극장 방향으로 걷는 길은 항상 외국인들로 붐볐다. 한 보를 가나 싶으면 뒤로 두 발짝 밀릴 정도. 두 발로 서있는 것조차 괴로움이었던 그 거리가 이제는 한산하다. 

 

취재 기자가 명동 일대 로드숍(번화가 길거리 매장) 거리를 찾았던 지난 11일, 중국어를 전담으로 하는 점원을 둘 정도로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로 붐볐던 화장품·잡화 로드숍은 더 썰렁해 보였다. 명동에는 불과 300m 길이의 거리에 10개의 로드숍이 늘어서 있는 골목도 있었다. 

 

로드숍 앞에는 호객행위가 여전하지만 정작 ‘모실 객’이 없는 실정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 만난 로드숍 매장 한 점원은 “아예 손님이 빠진 건 아니지만 젊은 손님(관광객) 위주로 매장에 온다”면서 “예전처럼 상품을 한꺼번에 많이 사가는 손님은 줄긴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님은 가고 매장만 남은’ 서울 명동 일대에 국내 유명 화장품 로드숍 매장은 몇 군데나 있을까. 미샤,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잇츠스킨, 더샘  등 7개 브랜드 매장만 정확히 62군데. 여기에 여타 로드숍 브랜드와 올리브영, 왓슨스 등을 포함해 새로 명동에 터를 잡은 부츠(Boots) 등 H&B(헬스앤뷰티) 스토어를 더하면 그 숫자는 더욱 많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이니스프리만 하더라도 명동 일대에서 모두 13곳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어 네이처리퍼블릭은 12곳, 미샤 9곳, 에뛰드하우스와 더페이스샵, 잇츠스킨, 더샘은 각각 7곳의 매장을 열었다. 
 
화장품 로드숍뿐 아니라 올리브영, 왓슨스 등 H&B 스토어까지 경쟁에 불을 지핀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은 현재 명동 일대에서 5곳 매장(명동본점, 명동중앙점, 명동역점, 명동역2호점, 소공점)을 운영 중이다. GS리테일 왓슨스와 롯데의 롭스는 각각 2곳, 1곳을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상가건물 4층 매장을 통째로 쓰는 부츠(Boots)도 개점했다. 
 
한때 한류 바람을 타고 속속 등장한 명동 로드숍의 포화 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관광객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집계한 올해 상반기 국내 중국인 관광객 방문자수는 225만291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줄어들었다. 거기다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작년 수준으로 회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로드숍 브랜드 매장을 운영 중인 업계 매출 악화로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35억원, 222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 65%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매출은 1444억원으로 9.4% 감소했다.
 
토니모리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3.6%, 88.1% 줄어든 493억9800만원, 3억5200만원을 기록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앤씨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은 1005억6800만원으로 지난해 2분기 매출과 비교하면 7.2%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24억으로 무려 59.7%나 줄었다. 잇츠스킨을 운영하는 잇츠한불 매출액은 42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1.7% 줄었고,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명동은 상징적인 곳이기 때문에 당장 관광객이 줄었다고 매장 수를 줄일 수 없다"면서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사드 이슈가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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