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권한은 대통령 아닌 의회가 보유…"개정협상서 우위 점하려는 발언" 분석

 

트럼프 대통령이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텍사스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 FTA 폐기에 대해 "상당히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텍사스주 수해지역 방문을 위해 텍사스 오스틴 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언급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텍사스 휴스턴을 방문한 뒤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논의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당히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익명의 발언을 인용해 한미FTA 폐기를 위한 내부 준비가 상당히 진척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미국 언론 보도에 우리 정부는 일단 바뀐 것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논의한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강명수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은 3일 "한미 FTA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 외신 보도 내용을 알고 있다"며 "미국 측과 열린 자세로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아직 공식화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바뀔 것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미 FTA 폐기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미국내 절차와 결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나설 부분이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FTA 협정문에서는 폐기 절차에 대해 어느 한쪽이라도 서면으로 폐기 통보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이 폐기 통보를 보낼 경우 우리 정부는 30일 이내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협의 요청 없이 180일이 지나면 협정은 폐기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FTA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통상협정 폐기 권한이 대통령이 아닌 미국 의회에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FTA 폐기 통보를 보낸다면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미 의회는 한미 FTA 폐기에 반대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대로 FTA 폐기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최종 통보를 위해서는 의회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미국 정부가 공식적인 행동에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날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관들에게 한미 FTA 폐기 논의를 지시했고, 상당한 수준의 내부 준비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이번 주부터 폐기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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