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갈등으로 중국 진출 어려워져…북미·일본 등 대안 찾기 활발

일본에 출시된 리니지2 레볼루션. / 사진=넷마블
게임업계가 탈(脫)중국에 나서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으로 한중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중국으로의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일본, 동남아, 북미 등 다른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사드 보복에 꽉 막힌 중국 진출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중국 정부로부터 판호를 획득한 국내 게임은 단 한건도 없는 상황이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권한으로, 판호 없이는 중국 내 게임 신작을 출시할 수 없다.

중국 시장은 오래전부터 국내 게임사들이 활발히 진출하던 곳이다. 특히 PC 온라인게임의 경우, 한 때 중국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중국 게임사들도 높은 경쟁력을 보유,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간 사드배치 문제가 터지자,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사실상 막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국내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다. 특히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와 같은 국내 대형 업체들조차 판호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엔씨가 ‘리니지 레드나이츠’로, 넷마블이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각각 판호를 신청했지만,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도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 진출에 어려움이 없지만, 한국은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 판호 획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국 정부가 이런식으로 판호를 거부하면, 국내 게임사 입장에선 사실상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정부 역시도 게임산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판호 획득도 문제지만, 판호 획득 이후에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국산 게임이 중국 게임을 압도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중국 게임의 기술력이 더 높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 개발사가 만든 ‘음양사’의 경우 뛰어난 게임성으로 최근 국내에서 흥행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일본, 동남아, 북미 등 중국외 지역 공략에 나선 게임업계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동남아, 북미 등이 대표적이다.

넷마블은 중국 대신 일본에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넷마블은 지난 23일 일본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에 레볼루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출시 전까지 진행한 사전예약에는 163만명이 참여했다. 일본에서 모바일 게임 사전예약자 100만명 돌파는 드문 일이다. 레볼루션은 일본 출시 18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한국 모바일 게임이 일본 앱스토어에서 최고매출 1위를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볼루션은 일본 출시에 앞서 지난 6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11개국에 출시된 바 있다. 레볼루션은 출시 첫날 대만, 홍콩, 마카오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출시 8일 만에 6개국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1위를 차지했다. 서비스 두 달이 넘은 지금도 다수 국가 양대 마켓에서 최고매출 최고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와이디온라인은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블리치(BLEACH)’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 ‘라인 블리치 파라다이스 로스트’(이하 라인 블리치)를 올 하반기 일본에 출시할 계획이다. 블리치는 우연히 사신(死神)이 된 고교생 ‘쿠로사키 이치고’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지난 2001년 연재를 시작한 이후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최고의 인기 애니메이션이다.

라인 블리치는 블리치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게임 속에 구현한 3D 모바일 액션 RPG로 일본 대표 모바일 게임 플랫폼인 라인을 통해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북미·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검은사막. / 사진=카카오게임즈
이에 앞서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등이 북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중국 시장외 지역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배틀그라운드는 북미의 게임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 최근 판매량 600만장에 누적 매출 1억달러(한화 약 1120억원)를 돌파했고 스팀에서 최고 인기 게임 1위, 동시 접속자 순위 1위(87만명)를 기록했다. 검은사막 역시 지난해 북미·유럽에서만 48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서머너즈워 역시 북미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 3년간 누적 해외매출 1조원을 달성한 바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북미·유럽 시장은 한국 게임의 무덤으로 불려왔으나 최근 유의미한 성적을 내고 있다”며 “중국이 계속해서 자국시장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국내 게임사로서는 다른 시장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중국이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만큼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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