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칼럼
[사무사] 문재인 대통령, 탁월한 정치감각·불굴의 의지 기대
  • 이철현 기자(lee@sisajournal-e.com)
  • 승인 2017.05.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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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사드 철수·부패 기득권 세력 심판 등 서둘러 추진해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의 기쁨을 느낄 새가 없다. 서둘러 처리해야할 과제가 산더미인 탓이다. 한반도는 일촉즉발 위기에 놓여있다. 국정농단 사태가 초래한 혼란은 해소되지 않은채 방치돼 있다. 한국 경제는 무기력증에 빠져 성장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국가안보, 경제성장, 사회안정 등 핵심 정책과제가 기초부터 흔들리는 것이다. 이에 문재인 19대 대통령은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탁월한 정치감각과 불굴의 의지가 필요하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국제 정치에서 혈맹은 없다. 이해관계에 기초한 전략적 동반자만 있을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관련 안보 현안이 불거질 때 가장 먼저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락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의치 않으면 독자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접촉하고 협상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피할 이유도 없다. 북한 핵포기와 미사일 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큰 틀의 협상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국 눈치 보느라 외교 전략 운운하며 한반도 운명을 남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자주 외교를 천명한 그의 의지를 믿고 싶다.

또 경북 성주에 배치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는 철수해야 한다. 사드는 한반도 방어용 무기체계가 아니다. 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겨냥해 군사적 외교적 목적으로 배치한 전술 무기체계다. 우리 안보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다. 이에 정부간 합의를 폐기하고 단호하게 사드를 철수해야 한다.

이전 정부가 체결한 국가간 조약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재검토해 철회하거나 재협상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보기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그는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TPP)을 탈퇴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재협상하겠다고 천명했다. 같은 취지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도 폐기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 없이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합의한 탓에 한국 정부는 외교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통합을 외치고 있다. 통합은 뭉개는게 아니다. 국민통합을 바로 해내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부패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심판이다. 그게 적폐든 뭐든 청산해야할 과거는 청산해야 한다. 썩은 부위를 잘라내지 않으면 안으로 곪아 두고두고 골칫거리로 남는다. 일제와 독재정권의 주역과 부역자를 처단하지 못한 것이 한국민에게 천추의 한으로 남아 있다. 이에 국정농단 부역자나 정치세력을 일소한 뒤 그 기초 위에 국민 통합에 나서야 한다.

개혁은 단호하면서도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한다. 100일 안에 개혁의 기초와 틀을 완성해야 한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1933년 3월 취임하자 ‘100일 개혁’을 과감하게 밀어붙여 대공황에서 벗어나는 기초를 마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 개혁입법에 실패하면서 임기 내내 끌려다니다 개혁에 실패했던 경험을 상기해야 한다.

또 인위적 정계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대선 실패에 따른 후유증으로 흔들리는 야당 의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120석에 불과하다. 국민의당 40석과 바른정당 20석 중 상당수를 흡수해야 개혁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위적으로 정계개편하거나 야당의원을 흡수해 안정의석을 확보하는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니 늘 세가 불리해 개혁입법이 번번이 무산됐다. 어쩔 수 없이 노 전 대통령은 국민과 여론의 힘에 기대 정면돌파의 승부수를 던지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위적으로 정계를 개편해 혼란 없이 국정을 이끌 수 있게 충분한 의원 수(數)를 확보해야 한다. 정치는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 보면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과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특히 경제성장 전략이나 일자리 창출, 복지 정책 면에선 표현만 다르지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인물과 정책을 적극적으로 새 정부로 흡수할 필요가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파 기민당 당수지만 우파 성향 기독교사회연합 뿐만 아니라 좌파 성향 사민당과 연합 정부를 만들어 야당 인사와 정책을 적극적으로 흡수했다. 메르켈 정부 아래서 독일은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정치적 혼란에서 벗어나 전후 최고의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반면 독일 야당들은 정치적 입지를 잃고 있다.

식상하지만 다시 마키아벨리 ‘군주론’를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자의 용기와 여우의 지혜를 가져야 한다. 아니 사자의 공격성과 여우의 교활함을 갖춰야 한다.

"군주는 여우와 사자를 본받아야 한다. 사자는 올가미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여우는 늑대로부터 자기를 지키지 못한다. 올가미를 알아차리려면 여우여야 하고 늑대를 놀라게 하려면 사자여야 한다." - 마키아벨리 군주론

이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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