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민 아모레퍼시픽 과장…"K팝도 좋아해 한국에 호의적"

윤여민 아모레퍼시픽 프리미엄전략팀 과장은 21세기 혜초다. 혜초는 인도를 다녀와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신라시대 승려다.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부터 2016년말까지 직원 150여명을 선출해 혜초라고 명명하고 중국러시아아랍에미리트 등에 파견했다.​ 윤 과장은 지난해 5월 혜초로 선발돼 8개월간 두바이에 체류하면서 현지 시장을 조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동 시장에 주목하면서 혜초들을 파견해 시장을 이해하고 사업성을 검토하게 했다. 중동은 한국 화장품 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미개척 시장으로 남아있다. 이에 많은 조사가 필요한 곳이다. 20일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윤여민 과장을 만나 21세기 혜초로서 경험과 중동 시장의 특성에 대해 물었다. 

 

윤여민 아모레퍼시픽 과장이 20일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두바이에 혜초로 파견된 경험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사진=강유진 기자

윤 씨는 평소 TV를 보며 중동 지역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중동은 메이크업 문화가 활성화돼 있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중동 지역 혜초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혜초로 선발되기 위해선 3단계를 거친다. 게시판에 모집 공고가 뜨면 지원서를 작성하고 서류심사를 통과하면 글로벌 적합도 시험을 본다. 인문학 시험은 본인이 평소에 얼마나 지원 국가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묻는다. 글로벌 적합도 시험에 통과하면 면접을 진행한다.

혜초로 선발된 후에는 약 3개월 동안 경기도 용인에 있는 회사 인재원에서 교육을 받는다. 윤 씨는 “외국어 교육은 물론 중동 지역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스스로 책도 읽으며 파견 국가에 대해 많이 조사했다”고 말했다.

혜초의 임무는 파견 지역에 대한 시장조사다. 윤 씨는 두바이 상권, 화장품 채널, 경쟁사 전략, 고객 특성을 조사했다. 그는 드럭스토어를 방문해 이번 달 판매촉진 행사는 무엇인지, 어떤 제품이 품절되는지, 고객이 관심 갖는 제품은 무엇인지 관찰했다.

윤 씨가 두바이 여성 소비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가장 힘들었던 일로 기억한다. 그는 “보수적인 문화가 있어서 그런지 카페에서 여성 소비자와 인터뷰하고 있으면 다른 남성들이 계속 쳐다봤다”며 “이야기를 하면서도 계속 다른 남성들 눈치를 보느라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씨는 “처음에는 두바이 여성들이 외국 남성과 인터뷰하기를 불안하게 생각해 가족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동료 혜초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한 여대생과 인터뷰할 때 어머니도 함께 나왔다고 한다"며 "그럼에도 젊은 두바이 여성들은 K팝 등에 관심이 많아 점점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살롱(미용실)에 얽힌 일화도 이야기했다. 두바이에서 살롱은 동네 아주머니가 모두 모이는 사교의 장이었다. 윤 씨 역시 살롱에서 현지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남성인 윤 씨는 살롱에 입장할 수 없었다. 그는 "두바이는 여성전용 살롱과 남성전용 살롱이 나뉘어져 있다. 여성 살롱 입장을 허가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는데  남성은 절대입장 불가였다"며 "할 수 없이 현지에서 인터뷰하다 친해진 지인들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윤 씨를 중동 지방 특유의 더위 탓에 고생했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철저하게 하루 일정을 짰다. 너무 더웠기 때문에 일정을 제대로 짜지 않으면 금방 지쳤다"며 "오늘 안에 이 지역의 매장 두 세곳을 둘러보자 이런 식으로 계획을 짜서 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축구를 좋아해 축구장에 간 적이 있다. 40도가 넘는 날씨에 축구를 보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옆에서 흰 옷을 온 몸에 둘러쓰고 축구를 보는 현지인이 있어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윤 씨는 중동 소비자는 한국 소비자와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 그는 “중동 여성은 히잡으로 가리지 않은 얼굴부분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기를 좋아한다. 보라색, 녹색 아이섀도와 립스틱이 있을 정도로 강렬한 색조 제품을 선호하고 마스카라도 진하게 바르기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또 중동 여성은 향수를 즐겨 사용한다. 그는 “여성들이 히잡 등으로 몸을 가리기 때문에 향수를 통해 본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 같다”며 “하루에도 몇 번 씩 향수를 뿌린다고 한다. 한 대학생은 향수제품을 10병이나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지역 전통 향수를 뿌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윤 씨는 처음 전통 향수의  낯선 향에 머리가 띵했다고 한다. 돌아올 때 즈음에서야 그 향에 적응이 됐다고 밝혔다.  

7개월 동안 두바이에 머물면서 윤 씨는 지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두바이에 있는 기간에 라마단이 한 달 동안 진행됐다.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지기 전까지 식사, 흡연, 음주할 수 없다. 처음에는 이 문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해가 지면 식사를 몰아서 하는 모습을 보고 밤 늦게 식사하면 건강에 나쁘지 않을까 싶었다"며 "외국인들은 이 문화를 엄격히 지킬 필요는 없었지만 혹시 몰라 이를 지키려고 했다. 물도 화장실에 들어가서 몰래 마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라마단 기간이 끝날 무렵에는 이것도 이 나라 사람들의 오래된 문화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중동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고 이해하다보니 무엇이든 그들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