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밀어붙이기식 노동개혁 유효하지 않다…단기 성과 집착 버려야"

“노동개혁 등 이해집단이 광범위하게 걸쳐있는 개혁은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한다. 그 과정에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결과로 합의가 도출되면 취지를 잘 헤아려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합의내용을 확대해석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의 집단적 반발을 초래할 경우 합의자체가 위험해진다.”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주관으로 열린 ‘지난 4년간의 구조개혁, 성과와 반성’ 세미나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4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주관으로 열린 '지난 4년간의 구조개혁, 성과와 반성'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정지원 기자


◇9.15 노사정 대타협의 파국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노동개혁 탓

2013년 60세 정년연장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이 개정되면서 임금체계 개편 등 후속조치가 필요해졌다. 이는 지난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2013년 5월 30일 노사정은 ▲사업장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 ▲조기도입 사업장에 대한 지원 ▲고령노동자가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고용안정 협력 등 60세 정년제도 연착률을 위한 방안에 합의했다. 또한 직무성과 중심 임금구조 단순화 등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에도 합의했다.

여기서 탄력받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2015년 9월 15일 노사정 대타협으로 이어지지만, 지난해 1월 정부 노동개혁과 방식에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을 맞닥뜨리게 돼 파국을 맞았다.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합의파기를 선언하면서 노동개혁은 멈췄다.

노사정 대타협이 파국을 맞은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개혁’을 꼬집었다. 장 연구위원은 “당시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동원된 양상이 적지 않게 있었다”며 “이에 따라 노정, 노사의 적지 않은 갈등이 이어졌고 지난해 1월 한국노총이 통상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변경 관련 가이드라인 강행처리에 대해 반발하면서 끝이 났다”고 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불합리한 임금체계…노동개혁 여전히 필요

이날 토론에서 정부의 합의과정이 미숙했다는 점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였다. 이어 전문가들은 여전히 노동개혁이 필요한 만큼 합의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가 가장 큰 문제저으로 지적됐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균형잡힌 시각이 아니면 문제해결이 어렵다”며 “90년대 말부터 대기업의 비정규직을 억제하는 데 총력을 모았지만,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대기업 비정규직이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결국 2000년대 중반으로 가면서 대기업 중소기업 격차가 더 벌어지고 말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약자를 더 힘들게 한 개혁이 안되려면 개혁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욱 서울대 교수는 “한국경제는 성장동력이 약화된데다 저성장 속에서도 불균형이 지속돼왔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 비정규직의 문제 등 이미 지난 정권에서 다 논의된 것이기 때문에 실패한 정권이라고 괜찮은 정책까지 엎어버려선 안된다. 차기 정부도 이 문제의식에 대해 동의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홍근 연구위원도 “현재 노동개혁의 필요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노동개혁이 거의 진척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차기정부에서도 노동개혁은 추진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정부일방주의의 유혹을 떨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사 등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합의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해 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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