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줄고 영업익 늘어난 불황형 흑자…2년 새 급여 8%↓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년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일궜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가 선박 건조 기준을 수익성에 두고 원가절감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인 덕이다. 여기에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정제마진 상승과 판매량 증가로 실적 개선을 이루면서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지원했다.

31일 현대중공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39조3173억원, 영업이익 1조64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5401억원 손실에서 206% 늘어나며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조3632억원 손실에서 6823억원 이익으로 전환했다.

조선 부문에서 수익성이 양호한 선박의 건조 비중이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부문에서 LNG선, 군함 등 고수익 선박 비중을 확대하며 56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체 영업이익의 28.6%다. 여기에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9670억원으로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선 야드 과밀화 해소를 통한 공정 안정화로 영업이익 적자 폭을 줄였다.

다만 흑자 전환 과정은 뼈아팠다. 설비와 인건비 감축을 통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인 탓이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부터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각종 설비와 자산을 매각하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엔진기계, 건설장비, 전기전자시스템 등 비조선 사업 부문에도 재료비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1차 목표로 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2만7246명에 달했던 직원은 2만3077명으로 줄었고, 1인 평균 급여액 역시 7232만원에서 6717만원으로 8% 가까이 감소했다.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경영합리화 노력으로 흑자를 이룬 현대중공업의 노력이 공허해 보인다”면서 “보유주식 및 부동산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건전성 제고에 힘쓴 것은 인정하지만,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확보는 결국 단기 개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최영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조선업의 전방 산업인 해운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수주도 줄고 있는 현실”이라며 “먹을 것을 늘려 호황형 흑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현실은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확보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대중공업은 사업분할을 통한 효율성 제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기존 현대중공업을 존속법인인 현대중공업(조선·해양)과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할안을 통과시켰다.

업계에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사업분할이라는 과감한 카드를 던지게 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업분할로 3조원이 넘는 차입금이 각 분할회사로 나뉘면 부채비율도 덩달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각 분야별 사업분할을 기점으로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현금흐름을 개선해 사업분할을 위한 주가자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2조7667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만큼 부담도 적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5743억원의 유출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전년보다 4.6배 투자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1조원가량 많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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