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담보채권 80% 출자전환…"정부가 하라니 따를 수 밖에"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이 또다시 투입된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23일 채무조정 합의 및 자구노력 추진 등을 전제로 예상 최대 부족자금 2조9000억원을 대우조선에 한도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사진=뉴스1

시중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에 참여하면서 추가 충당금 적립 압박을 받게 됐다. 대우조선에 대한 충당금을 더 쌓게 된 시중은행은 순익 감소와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 건전성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부가 발표한 대우조선 추가 지원안을 보면 시중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무담보채권 7000억원의 80%(5600억원)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 만기를 5년 연장 후, 5년 분할상환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시중은행 위험노출액은 모두 2조7000억원이다. 이 중 무담보채권만 출자전환에 나서는 것이다. 무담보채권은 대출채권 일부로 LC(신용장) 등 신용대출이 대부분이다.

은행별 대우조선에 대한 위험노출액을 보면 NH농협은행이 8700억원으로 가장 많다. KEB하나은행 7700억원(KEB하나은행은 지난 1월말 기준), 국민은행 5500억원, 신한은행 3200억원, 우리은행 2000억원, IBK기업은행 550억원 순이다.

출자전환으로 시중은행 손실 가능성은 커졌다. 대출금(부채)을 주식(지분)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여신 1조6000억원 규모를 출자전환했다. 이때 지분 보유 가치가 1원으로 평가돼 결국 연말에 모두 손실 처리됐다.

정부는 출자전환주식이 원활하게 현금화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중으로 대우조선 주식거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주식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아 은행의 충당금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들은 대우조선 채권을 '요주의'로 분류해 대출자산의 7~19%를 충당금으로 쌓았다. 하지만 요주의인 등급을 한 단계 낮춰 고정이하가 되면 은행들은 충당금을 20% 이상 쌓아야 한다. 은행은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에 따라 '정상'(여신 대비 충당금 비율 0.85% 이상), '요주의'(7% 이상), '고정'(20% 이상), '회수 의문'(50% 이상), '추정 손실'(100%)의 5단계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는다

현재 우리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은 50% 이상이지만 나머지 시중은행의 적립률은 10~15%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출자전환에 나서면 640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방안은 시중은행의 동의가 있어야 시행된다. 하지만 은행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로 처리된다. 이는 법정관리에 준하는 제도라 은행 손실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당국과 은행간 자율 합의가 실패로 돌아가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가게 되면 은행은 대우조선 여신등급을 '고정' 이하로 낮춰야 한다. 그럼 추가 충당금 부담이 1조원대를 넘어선다.

시중은행들은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이번 손실을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 지원 방안의 핵심은 시중은행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의 채무 재조정을 통한 손실 부담인 것은 확실하다"며 "다만 정부에서 요구하는 걸 안 따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방안을 따르지 않으면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에 들어간다. 법원이 강제로 채무조정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P플랜으로 가면 1조~2조원대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중은행은 대우조선 해양 출자전환이 이뤄진다고 대우조선 여신 등급을 당장 '요주의'에서 '고정' 이하로 낮추지는 않을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주의' 수준에서 은행마다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과 다르다. 당장 고정 이하로 낮추진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최대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 4조2000억원에 이어 1년 5개월여만에 추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에 당국은 현재 산은과 수은이 보유 중인 1조6000억원 규모의 무담보채권을 100% 출자전환 방식으로 채무를 재조정한다. 시중은행은 7000억원 상당의 무담보채권 80%는 출자전환, 나머지 20%는 만기연장 방식으로 채무를 조정할 방침이다. 1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및 CP는 출자전환과 채권 만기연장을 각각 절반으로 나누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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