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내 입으로 들어오는 꽃술

출처=리빙센스

꽃놀이 갈 날만 목이 빠져라 기다려왔는데, 정작 봄바람이 불자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오늘은 이 마음을 달래주며 봄만큼이나 달큰한 ‘꽃술’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한다. 술에 꽃이나 과일, 열매를 가미한 술을 ‘가향주(佳香酒)’라 한다. 그중에서도 꽃으로 담근 술은 계절마다 재료가 달라 술 마시는 재미에 일조한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가향주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얻어지는 자연물을 먹어온 민족 전통의 고유한 식습관에 기인하는 술들이라 더 애착이 간다.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잎이 무성해지며, 가을이면 열매와 뿌리가 성해지는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술에 끌어들이는 지혜라니. 역시 계절에 맞게 마시는 술은 즐겁다.

진정한 의미에서 좋은 술, 곧 명주는 3가지를 아우르는 것이라고 한다. 첫 번째는 술이 맑거나 깨끗하거나 붉거나 누르거나, 하여간 아름다운 색깔을 간직하는 것, 두 번째는 마시는 사람에게 시각적인 자극을 주어 맛과 향기를 돋우는 것, 세 번째는 달고 시고 떫고 쓰고 매운 5가지 맛에 시원한 맛까지 어우러져 혀끝을 자극하는 술. 

 

에디터는 명주 중 명주는 꽃으로 만든 가향주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름대로 선정한 봄에 마시는 에디터의 명주들을 꼽아본다. 요즘 같은 봄에는 진달래로 담근 두견주, 매화로 만든 매화주로 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봄의 향기를 담은 술로는 아까시나무의 꽃 향으로 즐기는 맥주 호가든, 최근 SNS에서 대히트한 일본산 리큐어, ‘사쿠라 사라사라’도 있다. 

 

여름에는 장미꽃으로 담근 장미주나 연꽃으로 빚은 연엽주를 맛볼 것을 추천한다. 가을에는 무학에서 출시한 국화소주 ‘진짜 맛있는 국화’를 즐기며 가을이 깊었음을 실감하고,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엄동설한에는 반쯤 핀 매화를 술잔에 띄워 마시는 상상을 하며 ‘설중매’로 풍류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술은 그 종류와 양을 막론하고 어쨌거나 기호 음료다. 성인에 한해 마실 수 있는 알코올 음료라는 것이 본의다. 술을 단순하고 순수한 기능 그대로 취하고자 마시는 것은 얼마나 재미 없는 일인가. 술이 갖고 있는 고유의 매력을 눈으로, 향으로, 계절로 즐기는 봄이 되기를. 꽃술 한잔 천천히 음미하고 나니 싱숭생숭한 마음이 가라앉는다. 다시 벚꽃 나들이 갈 날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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