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등 제휴카드 포인트로 대출 상환" 안내…전문가들 "빚을 내 소비하라고 권한 것과 같다" 비판

한국장학재단과 신한카드는 2015년 11월 업무협약을 맺고 학자금 대출을 신용카드 포인트로 상환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신한카드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 본인에게도 해당 신용카드를 발급해준다. / 사진=장학재단, 신한카드 홈페이지

#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대출 4000만원을 받은 김모씨(30)는 장학재단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문자에는 '제휴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적립된 포인트로 학자금대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체크·신용카드가 출시됐습니다. 학자금대출 상환부담 경감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장학재단은 이같은 업무 제휴를 맺은 신한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고객상담센터 전화번호도 문자에 보냈다. 김 씨는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허덕이는 상황에서 신용카드까지 사용하라는 장학재단의 상환방식과 문자에 황당했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과 신한카드 등은 2015년 11월 업무협약을 맺고 학자금 대출을 신용카드 포인트로 상환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신한카드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 본인에게도 해당 신용카드를 발급해준다. 전문가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던 대학생에게 신용카드 빚까지 늘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장학재단은 인재 육성 기여를 목적으로 2009년 5월 설립된 교육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신한카드의 해당 상품은 '신한카드 내미래 신용카드(내미래 심플 플래티늄샵)'다. 신한은행 지점 방문과 신한카드 고객상담센터를 통해 문의한 결과 이 신용카드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도 소득과 신용조건 충족 시 발급이 가능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는 해당 상품의 경우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의 학부모만 발급이 가능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던 경제 상황에 처한 대학생에게 빚을 내서 쓰도록 권유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학자금 대출 빚이 있는 대학생에게 학자금 대출 원리금을 갚기 위해 신용카드 빚을 더 늘리라는 것과 같다"며 "학자금 대출이 있는 학생은 어떻게든 절약해서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신용카드를 만들면 현재 가진 현금 이상으로 소비가 가능해져 씀씀이가 커진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에게 신용카드 포인트로 학자금을 상환한다는 자체가 비상식적이다"며 "장학재단이 이러한 방식을 카드사와 제휴해 대학생에게 선전했다는 것은 준정부기관으로서 학생에게 올바른 방향과 가치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제도 취지는 체크카드 포인트로 학자금 대출금을 상환하게 하는 것"이라며 "신한카드에서 대학생 본인에게 해당 신용카드를 발급하는지 몰랐다. 발급 대상은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 받은 대학생에게 신용카드 포인트로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방식은 장학재단과 카드사가 빚을 권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많은 청년들이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해 고금리 대부업체 등으로 밀려나 빚의 늪에 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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