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은 비정상의 정상화 추구 … 한국시장은 무능해서 혼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재닛 옐런 의장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에선 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몰라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제력 뿐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실력 차이도 뚜렷이 나타났다.


옐런 의장이 지난 3일 시카고 경영자클럽 행사에서 던진 메시지는 한 마디로 비정상의 정상화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가 정상궤도로 가고 있는 만큼 금리도 정상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가 밝힌 핵심은 이렇다.

“요약컨대 우리는 경제 데이터가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계속 나온다면 연준의 재할인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그 뿐 아니라 이달 다가올 미팅에서 위원회는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기대와 같은 선상에 있는지를 평가할 것이며, 그렇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재할인 금리를 다시 조정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그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상황이 변했는지를 보고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다만 이번 연설에선 ‘인상(increase)’이나 ‘조정(adjustment)’이란 단어를 서슴지 않고 써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시장 차분함 유지


사실 지난 1일까지만 해도 미국 시장에선 3월보다는 5월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과 달리 금리스왑에 반영된 가격은 5월 인상에 훨씬 무게를 두는 편이었다. 그런데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3월 인상 가능성을 아주 높게 보는 쪽으로 시장 분위기가 급선회했다.


그렇다고 미국 시장 분위기가 어두워진 것은 아니다. 3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492로 끝나 전날에 비해 0.003%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장중 2.52까지 갔던 적도 있지만 후장 들어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하고 마감했다.


뉴욕증시 분위기도 밝았다. 3일 다우지수는 2.74포인트 상승해 2만1000선을 고수했고 나스닥지수는 9.53포인트나 상승했다.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데 주가가 오르고 채권시장이 안정을 유지했다는 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악재가 아니라 호재란 뜻이다. 금리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한국 시장주체들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무슨 까닭일까.

먼저 미국 시장금리는 이미 많은 부분 정상을 회복하고 있는데 연준 기준금리가 비정상이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연준 기준금리 범위는 연 0.50~0.75%에 불과하다. 연준 집행기구인 뉴욕 연준이 3월2일 집계한 유효연준펀드금리(EFFR)는 0.66%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미국 국채 금리는 3일 기준 6개월 0.71%부터 2년 1.27%, 3년 1.56%, 5년 1.99%, 10년 2.46%, 30년 3.05% 등으로 질서정연하다. 중장기적으로 가격결정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풍부한 유동성은 여전히 긍정적


다음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폭등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 연준은 금융위기 당시 기준금리만 내린 게 아니라 직접 시장에 개입해 엄청난 자금을 풀었다.


시장에 돈이 넘치기에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가계나 기업이 자금난을 겪을 소지가 크지 않다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장중 일시적으로 치솟았지만 장 막판 상승폭을 반납한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 낙관론이 확산되고 고용이 늘어나는 것도 풍부한 유동성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시장은 비정상의 연속


문제는 무조건 놀라기부터 하는 한국이다.


한국에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움직이는 것과 무관하게 시장금리는 따로 놀고 있다. 그만큼 비정상이란 얘기다. 지난 해 하반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던 게 단적인 사례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 시장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란 탁상공론을 펼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도 한국 장기금리는 미국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기에 현실을 전혀 모르는 헛소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일 한국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231%로 미국의 2.46%보다 명확히 낮았다.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284%에 불과해 3.05%인 미국 국채금리보다 무려 0.766%포인트나 낮게 유지되고 있다. 그들 논리대로라면 외국인 자금은 벌써 썰물처럼 빠져나갔어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은 지금도 자금을 들고 와서 열심히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시장 기능 작동 안돼 장단기 금리 역전

한국에서 금리가 가격결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은 장기채 금리 역전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3일 채권시장에서 2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288%에 형성돼 30년 만기 금리인 2.284%보다 높았다. 더 가관인 것은 50년 국고채 금리는 그보다도 낮은 2.280%에 머물었다는 점이다. 정상대로라면 20년보다 30년 만기가, 그보다는 50년 만기 채권의 금리가 더 높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 시장에선 이게 완전히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 채권시장이 비정상인 것은 금융기관들이 자금중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과도하게 채권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금융기관들은 시장에 풀린 자금을 생산 활동을 하는 기업에 제대로 대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기관이나 연기금 모두 채권 비중을 과도하게 높게 유지하고 있다. 넘쳐나는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하는 게 그런 문제 때문이다.

◇한은·감독당국 정책 전환할 때

이런 점에서 중앙은행이나 금융당국의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한국은행은 금리로 시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한국은행은 과거 통화정책 목표 중 하나였던 통화량은 버리고 금리에만 집착하고 있는데 금리가 가격결정 기능이나 통화량 조절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연준이나 유럽 중앙은행처럼 직접 은행 기능을 행사할 준비를 해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시중자금이 금융권 내에서만 돌며 투기화 하는 것을 막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금융기관을 만들어서라도 시중자금이 생산적인 기업에 투자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MMF 등 단기자금이나 ELS 등 파생상품에 과도하게 쏠리는 상황을 풀어야 한다.
 

정부는 중앙은행이나 감독당국에 제대로 된 시장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금융이 금융인들만의 놀이수단이 아닌 산업의 혈맥이 되도록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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