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국 다양화 노력 중요…정부는 중소업체의 수출 대상국 확대 지원해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차질없이 추진되면서 중국의 보복성 행동이 강해지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직접적인 중국의 공격을 받고 있고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가장 긴장하는 업계는 화장품이다. 한국은 중국에 가장 많은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총수출액의 37.5%인 1조 7000억원을 중국으로 보냈다. 이에 화장품 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화장품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중국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은 중국에 최대한 트집잡힐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있다. 중국이 하지 않던 화장품 샘플까지 검사하며 통관불허 결정을 내리고 있다. 제품을 수출할 때 이런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도록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또 세무조사 등 중국이 불시에 기업을 향해 겨누는 칼에 맞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소비자의 불매운동도 강해질 여지가 있다. 이에 기업은 또 다른 위기탈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위기를 중동, 북미, 유럽 등의 수출 확대 기회로 삼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 기업은 다양한 국가에 진출해 왔다. 하지만 수출은 중국에 치우쳐있던 게 사실이다. 수출액 비중도 미국 8.3%, 일본 4.4%, 베트남1.7%, 러시아1.1% 등으로 미약한 수준이었다. 바꿔 말하면 중국 외 국가에 대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물론 로레알 등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들이 이미 여러 나라에 진출해 있어 자리를 뺏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아닌 국가에서 한국 화장품이 큰 호응을 얻는 일은 일어나고 있다. 중견 화장품 기업 토니모리는 지난해 유럽에 있는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해 초도 물량을 3주 만에 거의 소진하기도 했다. 중견·대형 화장품 기업들은 수출국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중에는 중국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다. 마스크팩 등 히트 상품 하나로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작은 기업들은 사드 보복의 피해에 가장 취약한 기업 중 하나다.

중견·대형기업처럼 수출국을 다변화할 여력도 없다. 중소기업은 인력이나 자본이 넉넉하지 않다. 이 때문에 당장 잘 팔리는 상품을 최대한 많이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것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국가로 수출을 넓히려면 각 국가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필수다. 충분한 현지 조사와 연구가 없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시장조사를 위해 해외로 파견할 인력이 없다.

중소 화장품 기업을 위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각 국가마다 다른 화장품 산업 규제 등에 대해 쉽게 알고 싶어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직접 찾아보기 어려운 관련 규제와 법 등을 국가별로 번역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거나 특정 국가에 진출하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강연 등을 열어 이들을 도와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지금보다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중소기업이 중국 외에 다른 국가 진출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렇게 크게 성장할 줄 몰랐던 화장품 산업이 한국 수출의 효자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사드보복이라는 ‘위기’가 더 많은 국가에 한국 화장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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