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인구 구성 젊고 정부 부양책 계속 나와 성장 잠재력 커…대만, 4차 산업과 밀접한 IT 여전히 강해

국내 증시가 쉽사리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인도네시아·대만 등 ETF가 나오면서 ETF 시장이 다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뉴스1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해외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미국·중국·일본에 치우쳤던 ETF가 필리핀·인도네시아·대만 등 국내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투자 지역으로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이들 지역은 글로벌 경제 회복과 함께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이고 있어 박스권에 갇힌 한국 증시 대안으로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아질 전망이다.

◇ 변화의 시기 맞은 필리핀, ETF도 주목

필리핀이 ETF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6~7%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평균 인구 연령이 23~24세로 인구 구성이 젊다는 것이 필리핀 투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7월 집권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GDP 대비 5%였던 인프라 투자지출을 7%로 높이고 외국인 투자 유치에 집중한다는 청사진을 그리면서 경제 개혁에 힘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필리핀 증시를 추종하는 ETF가 주목된다. 국내에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필리핀 MSCI ETF(합성)’가 필리핀 증권거래소(PSE)에 투자하는 유일한 ETF다. 지난해 12월 28일 상장된 이 ETF는 필리핀 PSE에 상장된 종목 중 대표 종목 43개를 추종한다. 다만 환 노출형 상품이기 때문에 원화 대비 필리핀 페소화 통화의 가치변동이 수익률에 반영된다. 장외파생상품(스와프)을 통해 운용되는 합성ETF인 만큼 비과세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 ETF는 26일 기준 시가총액 114억원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상장 첫날 1만5265원에 장을 마친 이후 이달 11일 1만7105원까지 상승했다가 26일 1만6305원으로 소폭 하락한 상태다. 20일 평균 거래량은 20만4006주이고 거래 대금은 33억2700만원이다.

◇ 바닥 찍은 인도네시아, ETF도 훈풍불까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GDP 성장률이 4.94%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2010년 6.38%, 2011년 6.17%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무역 수지 개선, 내수 회복 등으로 올해 성장률은 5.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3년 경제 성장률 5.56%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이 같은 이유로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올해 신흥국 투자처로 인도네시아를 수위권으로 꼽고 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GDP 중 약 70%를 내수와 정부의 공공지출이 차지하고 있다며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에 내성이 강할 것으로 평가했다. 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도로, 항만, 철도, 공항에 대한 지출을 확대할 것으로 밝혀 경기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인도네시아 관련 ETF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KINDEX 인도네시아 MSCI’ 상장지수펀드(ETF)를 유가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 ETF는 인도네시아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 종목으로 구성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다만 환 노출형 상품이기 때문에 원화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화 통화의 가치변동이 수익률에 반영된다.

◇ 대만, 성장 잠재력 여전히 커

대만은 6~7%대 성장하는 동남아시아 신흥국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대만은 이미 한국과 비슷하게 제조업 기반의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낸 국가 중 하나다. 따라서 지난해 1.4% GDP 성장률로 경제 성장 동력이 다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만은 여전히 4차 산업과 밀접한 IT 업종을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대만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어 올해 경제 성장 전망치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에 외국인 투자자들도 대만 투자를 늘리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월달에만 대만 주식에 15억달러(약 1조8000억 원)를 쏟아 부었다. 이로 인해 대만가권(TAIEX)지수는 1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만 달러 역시 미국 달러 강세 속에서도 가치를 잃지 않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대만 시장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목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대만 TAIEX 파생(H) 상장지수증권투자신탁’은 지난해 10월 상장하면서 국내에서 유일한 대만ETF가 됐다. 이 ETF는 주식관련 장내파생상품을 주된 투자대상자산으로 하며 대만가권 지수를 기초지수로 한다. 대만 가권 지수는 대만 주식거래소에 상장된 856종목(7월 기준)의 보통주를 포함하고 있다. 파생 상품으로 운용하는 까닭에 분대금은 나오지 않지만 환헤지형 상품으로 환차손 위험이 적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출시하는 아시아 ETF에 대해 “최근 경제 회복 흐름과 함께 아시아 지역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정부의 강한 경기 부양책이 계속 나오고 있고 인구구조가 젊어 경제가 역동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은 4차 산업 태동과 관련해 다시 한 번 성장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국가다”며 “다만 이들 지역 경제 상황이 대외 변수에 많이 노출 돼 있어 변동성이 크다. 분산 투자 방식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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