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리콜 강제 조항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발의…“법 통해 자동차사 인식개선 나설 것”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일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사진=시사저널e, 뉴스1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니까요.”미국 자동차 회사와 한국 자동차 회사를 두루 거친 한 간부는 “왜 자동차사들이 유독 한국에서만 결함 인정에 소극적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문현답이었다. 그는 한국의 법과 제도가 자동차사들의 ‘못된 버릇’을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현행법은 자동차가 도로 복판에서도 멈춰서도 제조사에 환불이나 교환조처를 강제하지 않는다. 동일 부위 4회 이상 중대결함의 경우만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일반결함의 경우 교환 환불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 결함의심 신고가 누적되자 공정위는 지난해 7월 결함 횟수를 4회에서 3회로 낮췄다. 일반 결함도 교환 환불이 가능하게 한 소비자분쟁 해결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공정위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은 단순한 권고사항인 탓에 제조사에 교환이나 환불을 강제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이를 주관하는 한국소비자원 조정 실적도 저조하다. 실효성 없는 ‘솜방망이 제재’라는 비판이 일었다.

2017년 정유년 새해 1호 법안인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안은 바로 이런 세태를 바로잡기 위해 마련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는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이다. 

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소비자가 신차를 인도한 후 1년 이내, 주행거리 2만km 이내일 때 원동기, 동력전달장치, 조향장치, 제동장치 등에 중대한 하자로 2회 이상 수리를 했는데도 하자가 재발한 경우 자동차제조사에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1회 이상 수리를 했는데, 수리 기간이 30일 이상 소요된 자동차도 교환 및 환불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원동기, 동력전달장치, 조향장치, 제동장치 등 기타 장치라도 3회 이상 수리를 했는데 하자가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 또한 교환 및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한국형 레몬법’으로 불린다. 레몬법이란 1975년 미국에서 첫 실시된 교환 및 환불에 관한 소비자보호법이다. 단맛 나는 오렌지(신차)를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신맛이 나는 레몬(결함 자동차)이였다면, 소비자가 무상 교환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정 의원 이전에도 레몬법을 발의한 의원들은 꽤 있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권석창·이헌승·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자동차소비자보호법 제정안과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악용 소지가 많은 악법”이라는 자동차 회사 주장 앞에 번번이 통과가 무산됐다.

이 같은 현실 앞에 소비자들은 좌절하고 있다. 과연 올해는 한국형 레몬법이 빛을 볼 수 있을까. 정 의원은 “이번만큼은 다르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그는 “국회사무처 법제실의 검토까지 마친 만큼 이번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어느 때보다도 국회 통과가능성이 높다”며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소비자를 대하는 자동차제작사들의 인식도 크게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과 서면 인터뷰를 갖고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의 의미 및 중요성, 탄핵국면 속 법안 통과 가능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공정위 ‘솜방망이 처벌’ 개정안으로 보완 가능

정용기 의원은 자동차의 주행, 승객의 안전 등과 관련된 구조나 장치는 일반적인 구조‧장치의 하자와는 달리, 자동차 소비자의 생명과 직결된다고 밝혔다. / 사진=정용기 의원실

정용기 의원은 자동차의 주행, 승객의 안전 등과 관련된 구조나 장치는 일반적인 구조‧장치의 하자와는 달리, 자동차 소비자의 생명과 직결된다고 밝혔다. / 사진=정용기 의원실

지난 2일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17년 국회에 처음 접수된 1호 법안이다. 자동차관리법을 새해 화두로 올린 이유는.

우리나라 자동차 수가 2200만대에 이르고 있다. 자동차는 우리국민에게 생활필수품인 동시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넘는 고가 소비재다. 그런데 큰돈을 주고 구입한 신차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돼 안전을 위협받아도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교환 및 환불이 워낙 까다로워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었다.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존 공정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동일 부위 중대결함’이라는 전제 조건이었다. 즉, 신차 교환 및 환급을 받기 위해서는 같은 부위에서 중대결함이 3회 일어나야 한다는 것인데. 자동차 회사에서 이 규정을 악용해, 결함 원인 부위를 변경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개정안에는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조항이 있나.

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많은 검토가 있었다. 자동차회사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악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에서는 같은 부위가 아니라 ‘원동기‧동력전달장치‧조향장치‧제동장치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구조나 장치에서 발생한 같은 증상의 하자’라고 규정했다. 예를 들어, 원동기 내부의 세부적인 부품을 각각 수리하더라도 시동 꺼짐 증상이 3번 일어난다면 교환‧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단순 결함과 중대한 하자를 나눌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자동차의 주행, 승객의 안전 등과 관련된 구조나 장치는 일반적인 구조‧장치의 하자와는 달리, 자동차 소비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이에 대한 하자를 중대한 하자로 구분하여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다. 

즉, 중대한 하자 범위를 원동기나 조향‧제동장치로 한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구조나 장치에 관한 하자를 중대한 하자로 구분하겠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범위는 향후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 국정농단 상태 불구, 개정안 통과 가능성 높아

‘한국판 레몬법’은 이전에도 많은 의원들이 확신을 가지고 발의를 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레몬법이 국내에서 통과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도 자동차 교환‧환불과 관련한 많은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안인 만큼 각 법안마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긴 했다. 다만 교환‧환불의 요건과 분쟁해결방식 등에 있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개정안을 위해 수개월 동안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나눴나.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통해 한국의 실정에 적합한 제도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 또한 교환‧환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공정위의 조정제도 대신 미국 레몬법의 분쟁해결방식인 중재제도를 도입하는 등 진정한 한국형 레몬법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아무리 법안 내용이 좋아도 통과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이번 개정안 통과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있나.

국토교통부에서도 자동차 교환‧환불제도 도입을 작년 업무계획으로 추진하는 등 정부의 정책적인 추진 의지가 강하다. 국회사무처 법제실의 검토까지 마친 만큼, 이번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어느 때보다도 국회 통과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정용기 의원은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동차사가 국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사진=정용기 의원실

정용기 의원은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동차사가 국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사진=정용기 의원실

레몬법 도입이 논의되는 이유는 국내 완성차사들이 소비자 보상 및 리콜에 소극적이라는 여론 탓이다. 반면 자동차사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소비자 보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리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리콜 대신 무상수리를 하거나, 일부 고객에 대해서만 암암리에 무상수리를 하는 등 자동차제작사가 사후관리에 충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 리콜과 관련된 법‧제도 개선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소비자를 대하는 완성차회사의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 교환‧환불에 관한 금번 개정안이 통과되어 소비자 피해구제와 권익 보호를 위한 기반이 마련된다면, 소비자를 대하는 자동차제작사들의 인식도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위 소속으로 이번 개정안 외 자동차 관련 법안 중 시급한 사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율주행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첨단자동차는 미래 자동차산업의 신 성장 동력으로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첨단자동차의 연구개발 등 이를 지원하기 위한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어지러운 정국 탓에 입법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염려도 나온다.

집권 여당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없이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다. 지금 경제가 어려워 많은 국민들이 매우 힘들어 한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만큼 정치권은 소모적 논쟁은 그만 매듭짓고 민생 안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인 만큼 이번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도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민생법안을 계속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