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점진적 금리인상 재확인…ECB, 인플레이션 우려 일축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치 불확실성을 앞두고 인플레이션을 고민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를 앞두고 양적완화를 포함한 기존 통화정책을 고수하기로 한 가운데 유로존 인플레이션 우려는 일축했다. 사진은 마리오드라기 ECB 총재 / 사진=뉴스1

주요  중앙은행들이 정치 불확실성을 앞두고 인플레이션을 고민하고 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하며 기존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다시 확인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를 앞두고 기존 통화정책을 고수하기로 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일축했다. 

 

19일(현지시간) ECB는 정례 정책회의를 열고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등 기존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 계획 발표에 급격한 변화를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장 전망과 일치하는 결정이다. 

 

유럽 증시에서는 소폭 약세가 나오긴 했으나 변동성 확대는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ECB의 결정에는 안도했으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둔 관망심리로 풀이된다. 이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0.54% 떨어진 7208.44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도 전날 종가 대비 0.02% 내린 1만1596.89에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25% 하락한 4,841.14에 장을 마쳤다. 

 

◆유로존 테이퍼링, 아직 시기상조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아직은 유럽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인플레이션이 충족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는 확신이 부족하다"며 "최근 경제상황이 개선됐지만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근 것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내에서는 최근 회원국간 인플레이션 차이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U 주요국인 독일은 인플레이션 상승이 가시화되고 있는 반면 남유럽 채무국들의 경기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테이퍼링 전망도 나왔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일단 인플레이션 위험을 일축했다. 독일과 기타 회원국간 물가상승률 차이도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ECB에 따르면 유로존의 12월 소비자물가(HICP)상승률 평균치는 1.1% 수준이다. 그러나 독일의 HICP 상승률은 1.7%, 프랑스는 0.8%, 이탈리아는 0.5%로 격차가 크다. 독일에서는 물가상승에도 초저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금리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ECB에서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향후 2~3분기 인플레이션 전망 개선 가능성을 낮다고 보고 있다. 유럽내 근원 인플레이션이 확실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는 한 기존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오히려 경기전망이 우호적이지 않거나 금융시장 여건이 불안정할 경우 자산매입프로그램을 늘리며 통화완화 정책을 강화할 의지를 보였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로존 물가지표 상승에도 에너지와 식품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0.9% 수준으로 여전히 1%를 밑돌고 있다"며 "드라기 총재가 에너지가격 상승을 넘어서는 물가회복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미국 물가상승…유가·주택 제외시 1%대 초반

 

미국에서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기존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시장내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더구나 이날도 옐런 의장은 스탠퍼드 연설을 통해 전일 커먼웰스클럽 연설과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옐런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스탠포드경제정책연구소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향후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미국 경제가 과열 상태가 아니며 인플레이션 급등 가능성도 낮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의 언급과는 달리 미국 역시 아직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2년여만에 2%대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유가와 주택가격 상승분을 제외하면 여전히 1%대 초반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내재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걱정하기엔 시기상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일단 트럼프의 정책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제 공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실패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는 무의미해질 수 있어서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ECB와 연준 모두 인플레이션 기대와 유효수요 창출을 통해 원하는 것은 잠재성장 회복"이라며 "아직 확인이 어려운 인플레이션 수치들 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모두 시간이 지날 수록 잠재성장이 하향 조정 되고 있다는 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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