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젊은 한국 2배 규모 인구에 끌려 다수 업체들 진출 러시

롯데마트 베트남 10호점인 호치민 떤빈(Tan Binh)점 주변 경관. / 사진=롯데마트

“많이 가기에 그냥 따라가 봤다. 젊은 사람들 참 많더라.”

토종 햄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대표가 최근 기자간담회서 꺼낸 말이다. 정 대표가 남들 따라가 본 곳은 베트남이다. 그의 이 한 마디는 최근 국내 식품기업 사이에서 불고 있는 베트남 진출 바람과 이유를 오롯이 보여준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젊은 평균연령과 광대한 인구를 모두 갖춘 베트남 시장이 ‘중국의 대안’을 넘어 핵심 공략시장으로 커가고 있다. 업계서는 제2의 내수시장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토종 브랜드로 잘 알려진 맘스터치는 지난해 베트남에 매장을 열어 동남아시아 진출을 본격화했다. 동시에 대만에도 매장을 2개 열었다.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대표는 기자들에게 “(국내 시장 포화로) 할 수 없이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할 것 같다. 그럼 왜 베트남인가. (다른 식품기업들이) 많이 가서 따라가 봤다. 젊은 사람들 참 많더라. (시장) 사이즈가 아주 크다”고 속내를 밝혔다.

국내 인구의 2배 가까운 9500만 인구를 가진 베트남의 평균연령은 28~29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국내기업이 베트남에 누적 투자한 금액이 무려 50조원에 이른다. 사실상 제2의 내수시장처럼 베트남을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기업 움직임도 도드라진다. CJ의 식자재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는 베트남 현지 대형마트에 국내산 배를 내놓았는데 전량이 판매됐다. 또 지난달(12월)에는 컨테이나 한 대 분량 거창사과를 수출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베트남에는 해외에서 수입·유통되고 있는 사과의 종류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당도 및 품질이 뛰어나고 쉽게 무르지 않는 한국산 사과에 대한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CJ의 모태인 식품기업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베트남 김치업체 ‘옹킴스’를 인수했다. 또 CJ는 외식브랜드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서 프리미엄 베이커리로 자리매김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최근 베트남서 국내 유통 대기업들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식품계열사 3곳과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2곳(CJ CGV, CJ E&M)이 모두 베트남에 진출한 CJ그룹은 지난달 27일 그룹 사회공헌추진단이 주축이 돼 베트남 청소년 55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현재는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시네마 등 10여개 계열사가 모두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그룹은 현지 당국과 함께 청년 스타트업 창업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앞서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닷브이엔’을 열고 현지 이커머스 사업도 시작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류 선호도도 높고 한국산에 대한 프리미엄 인식도 있기 때문에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찾은 기자에게 국내기업의 현지업체 관계자도 “제품에도 한글로 적힌 상표를 써서 한국산인걸 강조할 정도”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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