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치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낮춰 '악영향'…장기물 약세 두드러져

한국은행이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채권 시장이 약세를 보였다. 사진은 올해 첫 금통위를 진행중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뉴스1

한국은행의 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에 채권 시장에서 소폭 약세가 나타났다.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은 시장 예상에 맞아 떨어졌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폭은 시장 전망보다 컸다. 국고채 시장에서는 약세 기조 속에 장기물 약세가 두드러졌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집계된 국고채 3년물 최종호가 수익률은 전일 대비 1.1bp 상승한 1.635%를 기록했다. 5년물 금리는 1.9bp 상승한 1.810%에 마감했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하락폭은 단기물보다 장기물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0bp 오른 2.096%, 초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1.6bp, 1.4bp 상승한 2.134%, 2.141%를 기록했다. 50년물 금리는 1.3bp 오른 2.2135%로 마감했다. 

 

국고채 금리 변동 폭만 놓고 볼 때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금리 변동보다는 중기 변동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셈이다. 실제로 채권 시장에서는 당분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여전히 보수적…단기적으로 변화 금리 조정 가능성 낮아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공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입장은 보수적으로 나타났다. 통방문에서는 향후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완화정책을 유지해 나갈 것이란 문구가 추가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9%에서 1.8%로 0.1%p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는 중기적으로는 경기의 상하방 리스크가 다소 균형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국고채 금리도 10년물 금리 상승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고채 최종호가 수익률 / 표=금융투자협회
채권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만장일치 동결은 미국 불확실성과 국내 민간소비 부진이 상충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 우려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여파 속에 기준금리를 7개월째 동결했다. 여기에 올해 초에는 상반기 물가 상승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해볼 때 미국 금리 인상에도 국내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는다"며 "오히려 하반기 중 소폭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으나 이번 금통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없었으며 당분간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시장 전망치 하회·트럼프 취임이후 채권 시장 변동성 확대 전망

시장 전망치와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이날 금통위 관심의 대상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였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0.3%p 낮아진 2.5%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2.6%보다 0.1%p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시장 예상치보다 크게 하향 조정하고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전통적인 거시지표보다 미국발 불확실성과 국내 가계부채 불안감 등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성장률이나 물가 등 통화정책의 전통적인 결정요소보다는 외국인 자금이탈 가능성과 국내 금융안정 지표가 우선순위인 셈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상반기 2.4%, 하반기 2.6%로 연간 2.5%로 제시됐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경제성장률 상승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2.8%로 전망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통화정책은 대외 변수에 민감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받으며 1분기 채권금리는 V자 형태의 흐름이 예상된다"며 "적어도 상반기까지 중립적인 스탠스가 예상되지만 채권 시장은 트럼프 취임과 이후 FOMC를 앞두고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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