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버추얼 프로젝트로 아시아 빅데이터 선두

클라우스 슈밥 WEF(세계경제포럼)회장이 지난해 10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과 대한민국' 클라우스 슈밥 초청 특별대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데이터는 엮을수록 값이 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정부는 1차적 정보를 제공하는 데 머물러있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안창원 박사는 한국 빅데이터 산업생태계가 미진한 이유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빅데이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1차적 데이터들을 재가공한​ 정보묶음이다. 빅데이터의 가치는 정보가 묶일수록 올라간다. 현정부에서 정부3.0 등 정보공개를 추진해 정보의 양을 늘리는 성과를 거뒀지만 빅데이터 체계를 구축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버추얼 싱가포르, 스마트시티 구축에 빅데이터 활용

빅데이터의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복지분야에서부터 스마트시티같은 미래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핵심은 정보의 결합이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정부정책에도 빅데이터가 필수다. 전 국회의원 보좌관과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을 지낸 최병천 정책전문가(현 주빌리은행 이사)는 “기초연금과 같은 복지정책을 만들려면 먼저 성별, 자택, 자차 소유여부, 재산소득, 연령 등 다층적인 정보를 모두 수집해 표본을 나누는 게 우선돼야 한다”면서 “표본을 나눠 정확하게 목표에 접근해야 정책 효과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빅데이터 선두주자다. 빅데이터가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고 데이터센터를 11개나 유치했다. 스마트시티 계획에도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다쏘시스템과 함께 2015년 6월부터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버추얼 싱가포르는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실제 도시 특성을 그대로 재현한 3차원 모델을 구축하고, 도시의 여러 가지 변화를 미리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게 한다.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구현하기 위해 거대한 정보묶음이 활용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기하학, 지리공간정보, 위상 기하학, 건축물, 기후, 인구 통계, 교통, 통신 등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모아 가상 환경을 구축했다. 가상 도시는 실제 도시를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새 건축물을 지었을 때 주변 교통량을 예상하거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재난 때 취해야 할 최적의 대응책을 미리 시뮬레이션 할 수도 있다.

안창원 박사는 “민간과 정부 데이터를 연계하는 게 싱가포르의 청사진”이라면서 “버추얼 싱가포르는 정부가 공공데이터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라고 보면 된다. 3차원 지도를 중심으로 모든 데이터를 연계한다”고 설명했다.

◇용두사미로 끝난 경기도 빅파이센터

반면 한국은 빅데이터 인프라와 생태계 면에서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판교에 있는 빅파이센터는 2014년 스타트업에 무료로 빅데이터를 제공하려는 용도로 설립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핵심사업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빅파이 프로젝트의 지난해 예산은 당초 요구한 127억1300만원의 4분의 1수준인 34억7700만원만 반영되는 등 운영상 어려움이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적면에서 부족함이 많았다는 평가가 뒤를 이었다.

경기도가 스타트업에 빅데이터를 제공하려 했던 이유는 스타트업이 빅데이터 생태계의 허리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는 진입장벽이 낮은 앱 개발에 편중돼 창업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외에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데이터 활용이 지연되면서, 대·중소기업간 데이터 활용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빅파이센터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더라도 빅데이터 예산은 턱없이 적고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안창원 박사는 “한국엔 데이터인프라가 없어 빅데이터 산업 병목현상이 생겼다. 정부는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예산, 인력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그렇다. 정부전체를 포괄적으로 보더라도 전문가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에서 모아지는 데이터를 연계해서 국가와 사회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버츄얼 싱가포르처럼 데이터인프라를 잘 구축해서 제공하는 게 정부 스스로도 생산성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면서 “개별기업들은 기술 유출 위험 때문에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기관과 조직의 경계를 넘어서 데이터가 공유가 잘 안 된다. 정부가 나서서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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