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외출 비밀 사무소 의혹…최순실 게이트 터지자 정리

 

박근혜 대통령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최외출 전 영남대 부총장의 ‘비밀 사무실’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광화문 인근 오피스텔. 영남대와 최 전 부총장은 해당 사무실은 “영남대 서울사무소”라고 해명했다./사진=이승욱 기자
 경상북도 경산시 소재 영남대가 청와대 인근 서울사무소를 서둘러 폐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곳은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외출 전 영남대 대외협력 부총장의 비밀사무소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폐쇄 시점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직후여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불똥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전반으로 튀고 있다. 그동안 추측성 이야기로만 나돌던 최순실 일가의 국정 농단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면서, 현 정권의 실세로 거론돼 온 인사들로 시선이 옮겨가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최외출 전 부총장도 그 선상에 있다.

최외출 전 부총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기획조정특보를 맡았다. 또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연구와 재평가에 앞장서왔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최 전 부총장은 언론과의 접촉도 피하는 등 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으려고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최 전 부총장의 행적을 두고 끊임없이 소문이 뒤따라 다녔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 전 부총장의 새마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최 전 부총장이 주도한 글로벌 새마을포럼(GSDN)이 실체 없는 유령 사단법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최 전 부총장의 서울 행적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학의 대외협력 업무를 한다는 명목으로 청와대 인근에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해왔다는 의혹이 일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확산되면서 비선 실세 논란이 확산되자 최 전 부총장이 이용했다는 청와대 인근 서울 사무실이 다시 부각됐다.

◇2013년 5월 박 대통령 취임 후 광화문으로 이전​


영남대는 청와대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서울 광화문에서 ‘서울연락사무소’를 운영해왔다. 영남대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서울사무소는 대외협력 업무 용도로 활용해왔다”면서 “하지만 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사무소를 폐쇄하고 정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는 서울사무소가 광화문 인근에 있다는 정도만 밝힐 뿐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을 피하고 있다. 서울사무소를 운영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주소지도 밝히지 않는 것이다.  

시사저널e는 광화문 일대의 오피스텔 밀집지역과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취재한 끝에 영남대가 최근까지 서울사무소로 운영해온 장소를 찾았다. 서울사무소는 서울 종로구 종로1가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텔 건물 내에 있었다. 18일 오후 기자가 영남대 서울사무소를 찾았을 때는 서울사무소 명칭이 있는 간판도 없었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이 2015년 9월15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글로벌새마을포럼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

앞서 영남대는 광화문 인근 서울사무소를 운영하기 전 서소문 인근에서 서울사무소를 운영해왔다. 애초 영남대는 관선체제에서 정이사체제로 전환될 무렵인 2009년 초 서울 중구 서소문동 ○○빌딩에서 서울사무소를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 10층, 지하 5층 업무시설과 사무실 등 상가가 들어서 있는 이 건물 8층에 138.84㎡(42평) 크기의 업무용 공간이었다.

17일 기자가 서소문 ○○빌딩을 찾았을 때 건물 관리인은 “2013년 무렵까지 영남대가 사무실을 사용한 것이 맞다”면서 “처음 입주할 때는 직원이 1명 정도 상주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직원 없이 사람들 왕래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서울사무소가 광화문으로 옮겨간 시점이 눈길을 끈다. 영남대는 박 대통령 취임 후 3개월여 뒤인 2013년 6월 계약해지하고 서소문 사무실을 철수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계약기간을 추정하면 잔여 기간이 9개월 가량이나 남아있던 시점이었다. 이에 앞서 영남대는 같은 해 5월 말 청와대와 더 가까운 현재의 광화문 사무실을 임대 계약을 맺었다. 

광화문 인근의 영남대 서울사무소는 전용면적 81㎡(계약면적 133㎡) 크기 오피스텔이다. 실평수 24평형으로 침실 3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대는 2013년 5월 말 전세보증금 2000만원을 내고 임대 계약을 맺었다. 인근 부동산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오피스텔의 매물의 시세는 전세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30만~240만원이다. 이 오피스텔은 영남대 재단인 ‘학교법인 영남학원’의 이름으로 전세권 설정이 돼 있었다.

영남대는 최 전 부총장 뿐만 아니라 학교 관계자들이 서울 출장 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서울사무소를 운영해왔다고 밝혔다. 최 전 부총장도 “수도권 홍보와 대외 협력을 위해 대학의 공식절차와 결정으로 정해진 연락사무소이지 개인사무소가 아니다”면서 “(대외협력) 부총장으로 사무실을 공무로 사용했고 대학 관련자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최 전 부총장은 또 “부총장 임기 종료(2016년 4월) 이후는 사용한 적 없고 이 사무실을 이용해 청와대와 정부 인사와 교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최 전 부총장만 사용한 개인 사무실이 아니라 학교 업무와 관련해 복수의 교직원들이 활용한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신승훈 영남대 대외협력처장도 “최 전 부총장이 비밀 사무실로 활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대학 처장 등 직원들이 서울 업무를 볼 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해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대 대선 전인 2015년 10월16일,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을 캠프의 기획조정특보에 임명하며 악수하고 있다./사진=시사저널

◇영남대 서울사무소 임대 매물, 11월 초 부동산에 나와


하지만 기자가 취재한 영남대 교직원 중 서울사무소 위치나 세부 내용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영남대 한 보직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서울 업무를 보러가는 경우가 있지만 광화문 서울사무소를 쓴 적은 없었다”면서 “오피스텔 위치나 출입문 비밀번호도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총장의 일정을 관리하는 대학 비서홍보팀 관계자는 “서울사무소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한다”​면서 “총장이 서울사무소를 사용한 적은 없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영남대 측은 서울사무소를 대학발전기금 등 동창 업무와 관련해 사용해왔다고 했지만, 영남대 재경동창회 직원은 “광화문 근처에 서울사무소가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라고 말했다. 영남대 출신 인사는 ​“3~4년 전까지 서소문에 영남대 서울사무소가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광화문 사무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

영남대가 서울사무소를 폐쇄하는 시점도 의혹이 제기된다. 신승훈 영남대 대외협력처장은 “올해 초 서울사무소가 활용도가 높지 않아서 폐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적 있다”면서 “​언제 사무실을 내놨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오피스텔이 부동산업체에 나온 것은 11월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최순실 게이트가 확산되고 최외출 전 부총장의 행적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몰리는 시점이었다. 영남대 측이 대학과 최 전 부총장으로 의혹이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차원에서 사무실을 서둘러 정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영남대 서울사무소가 있는 오피스텔의 전세권 존속기간은 2017년 5월 말이다. 영남대는 지난 2015년 5월 전세권 재계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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