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의 시대' 토론회서 날선 발언 쏟아내… 김미도 교수 “블랙리스트 몸통은 조윤선”

9일 서울문화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서울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시장 위치에서 오른쪽은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왼쪽은 연상호 감독. / 사진=뉴스1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박원순(60) 서울시장이 “기업 등치는 게 무슨 창조경제냐”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또 박 시장은 차은택(47)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직접 언급하면서 현 정국에 대한 견해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연극평론가인 김미도(52)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블랙리스트 작성 몸통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9일 서울문화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서울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에서는 참석자들의 날선 발언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직접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시장은 “문화예술을 억압하면 경제마저 쇠퇴한다. 기업 등치는 게 무슨 창조경제냐”며 “블랙리스트는 블랙코미디”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8일 밤 중국에서 전격 귀국한 차은택(47)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박 시장은 “경복궁 옆 대한항공 소유부지에 호텔 짓는 걸 반대했다. 어느 날 갑자기 대한항공에서 찾아와 K-익스피리언스(K-Experience)를 만들겠다 하더라. 너무 엉성한 계획이었다. 나중에 (보도를) 보니 차은택 씨와 연결됐다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지금은) 대한항공도 요구 받아서 했다고 말하지 않나”라며 “국정농단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차 전 단장은 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인천공항에서 체포돼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김종덕(59)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정 2기, 문화융성 방향과 추진계획’이라며 발표한 K-익스피리언스는 대한항공 소유인 경복궁 옆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허브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K-익스피리언스는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이 기획‧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의 거점 사업 중 하나였다. 계획을 발표한 김 전 장관은 차 전 단장의 석사논문 지도교수다. 논란이 커지자 문체부는 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문제사업 예산 조정안’을 제출하고 문화창조융합센터, K컬처밸리, K익스피리언스 등 3개 사업은 민간 자율로 추진해 앞으로 정부 예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박 시장은 “영화인들이 ‘시네마테크’ 사업을 제안해서 없는 살림에도 투자하고 장소도 정해서 중앙의 투자심사를 받았다. 그런데 결론은 ‘정부가 먼저 하고 서울시에서 하라’였다”며 “그런데 정작 문체부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이것도 (현 정국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토론회 중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9일 열린 토론회는 이동연 교수(51)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사회로 (왼쪽부터) 국립국악원 검열 당사자인 신현식(37) 앙상블 시나위 대표, 노순택(44) 사진작가, 한창훈(53) 소설가, 연극평론가 김미도(52)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 올해 부산영화제 참가를 보이콧한 연상호(38) 부산행 영화감독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 사진=뉴스1

 

덧붙여 박 시장은 “비판과 저항도 예술의 본질적 덕목이다. 아무리 좋은 정부라 하더라도 예술가들이 저항하지 않으면 (어떻게) 예술이 꽃을 피울 수가 있겠나”라며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중앙정부의 지원 받지 못했던 작가와 작품을 서울시가 지원하는 일이 이 단계에서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순택(44) 사진작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다른 말로 하면 ‘돈 주면 안 되는 애들’인 거다. 돈줄을 조이거나 푸는 방식으로 (예술가들을) 얼마든지 갖고 놀 수 있다 생각한 것”이라며 “설령 권력자 눈에 보기에 곱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예술이 가진 비판정신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연극평론가인 김미도(52)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조윤선 몸통론’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최근) 블랙리스트 몸통이 조윤선 장관이라는 걸 밝힌 글을 썼다”며 “몸통에 대해 책임을 묻고 청문회도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한겨레신문’은 복수의 전·현직 문체부·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조윤선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9일에는 ‘동아일보’가 복수의 문체부 전‧현직 공무원을 인용해 2014년 중반부터 청와대가 좌파로 분류한 예술인 명단을 문체부에 내려 보냈고 이에 소극 대응한 박민권 (당시) 제1차관이 지난 2월 돌연 물러났다고 밝혔다.

올해 유일한 1000만 관객 영화인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38) 감독은 문화다양성을 화두로 꺼냈다. 연 감독은 “(현재 문화행정에서는) 킬러콘텐츠 하나를 지원해 대박을 내보자는 식의 지원만 있는 것 같다. 다양성을 위해 독립애니메이션 지원 등 여러 요구를 하는데 답이 없다. (하지만) 킬러콘텐츠 중심 투자가 실패한지는 이미 오래”라며 “이제 다양성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철환(61)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KBS2 개그콘서트가 지난주에 비로소 최순실 패러디를 시작했다. 코미디의 본령은 풍자와 야유와 조롱이다. 블랙리스트의 시대에 예술가들은 자유롭게 백가쟁명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취재진 외에도 시민 100여명이 넘게 참석해 최근 블랙리스트 정국과 문화계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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