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높아도 “사드 무풍지대”…화이브라더스 공세 등에 영화제작 맞서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기술로 영화시장에 안착한 덱스터 스튜디오가 파죽지세로 성장 중이다. 내년에는 영화제작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멀티플렉스에서 관객이 영화를 예매하는 모습. / 사진=뉴스1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기술로 영화시장에 안착한 덱스터 스튜디오(이하 덱스터)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크지만 사드영향에서 무풍지대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술의 힘이 워낙 크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덱스터는 시장 안팎의 도전에 맞서 종합 스튜디오로 활동공간을 넓히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8일 영화산업계에 따르면 VFX(디지털시각효과) 전문기업 덱스터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덱스터는 지난 6월 CJ E&M, 완다픽쳐스와 쿵푸로봇 제작을 공식선언했다. 연출과 시나리오는 ‘국제시장’,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맡았다. 당시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대대적인 합작영화 발표회도 열렸다. 쿵푸로봇은 국내 업계 1위 CJ E&M과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중국 완다픽쳐스, 성장세에 대한 기대치가 최고조에 올라선 덱스터의 결합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7월에 변수가 터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공식화로 한류가 타격 받으리라는 우려가 나왔다. 덱스터는 VFX 일감의 75% 이상을 중국으로부터 수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덱스터가 이 태풍에서 자유로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덱스터는 다른 엔터업체와 달리 사드영향에서도 무풍지대”라며 “업태의 특성 상 후방에서 영화제작을 지원하는 기술 작업의 성격”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수 영화시장의 취향이 덱스터에 유리한 국면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도 호재다. 최근 중국 흥행성적을 갈아치운 ‘착요기’나 ‘미인어’ 등은 모두 판타지 무협장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중국에서 한국 미술감독과 음악감독 등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전했다. 고도의 시각기술을 구현한 덱스터의 가치가 중국에서 날로 커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장민지 대중문화평론가(연세대 영상학 박사)도 “덱스터가 강점을 가진 문화기술은 중국 영화 관람객의 취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엔터기업들도 이 부분을 용의주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덱스터의 인건비가 할리우드 VFX 기업에 비해 절반 이하라는 점도 중국 내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되레 사드 배치 국면이 기술과 IP(지적재산권), 플랫폼 등을 내세워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가치를 재확인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기된 관련 이슈의 대부분은 국내연예인의 중국 방송 하차문제다.

시간도 덱스터 편이다. 장민지 박사는 “세계 시장을 봤을 때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나 아마존의 성장으로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이 위기에 닥쳤다. 그런데 VFX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차별성을 돋보이게 해준다. 특히 중국시장이 2020년 전에 미국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을 구현한 기업이 중국에서 우월적 위치를 점하게 될 거다”라고 전망했다.

실적 전망도 밝다. 덱스터는 올해 최대 이익을 낼 전망이다. 한승호 연구원은 “인력충원 등으로 3분기 수주잔고는 356억 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덱스터는 지난해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의외의 변수는 국내 안방극장에 가시화 된 ‘중국의 역습’이다.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화이브라더스는 지난해 국내 업체인 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회사 이름도 화이브라더스로 바꿔 브랜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화이브라더스가 VFX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서형석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이브라더스가 VFX 기업 인수를 통해 중국 VFX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모기업인 중국 화이브라더스가 중국 VFX시장 비중이 25%”라며 “중국 화이브라더스의 VFX 제작 물량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공세에 맞서 덱스터는 종합 스튜디오로 활동공간을 넓히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쿵푸로봇으로 본격 영화스튜디오의 면모를 선보이는 덱스터는 국내시장에서도 대대적인 제작투자를 감행한다.

내년 개봉하는 영화 ‘신과함께’는 국내 최초로 ‘프랜차이즈물’을 표방했다. ‘해리포터’처럼 미리 제작한 후 시리즈로 개봉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영화계에서는 이례적으로 1편과 2편이 동시제작에 들어갔다. 업계 안팎과 증권가 말을 종합하면 1~2편 제작비 총액은 4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미녀는 괴로워’와 ‘미스터고’를 연출한 김용화 덱스터 대표가 직접 메가폰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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