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가계부채 부담…미 금리인상 움직임도 변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국은행 금통위원들이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 금통위원들은 8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부작용으로 가계부채를 걱정했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가계대출 상황을 보면 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이 대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또한 은행이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신용위험 경계감으로 대기업 대출을 줄이고 개인사업자대출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개인사업자대출은 부동산 경기에 대한 순응성이 높고 자영업자 부채라는 점에서 가계부채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며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하는 자영업자는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대출도 가계부채에 포함해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금통위에서는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이 계속 상승한다면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한 위원은 "DTI, LTV같은 가계부채 관리수단을 재량보다는 가계부채 비율이나 가계 신용 사이클 순환에 근거해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올해 1~7월중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은행 여신심사 강화에 따른 대출수요 이전 효과로 비은행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 기인한 것"이라면서도 "6월 이후 은행 일반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대출금리 하락과 함께 확대됐다는 점에서 금리인하에 따른 영향도 있는것으로 판단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은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지난 6월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1257조3000억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54조2000억원이 늘었다.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언급됐다. 한 금통위원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재개하면 지난해 말과 금년 초와 같이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은 실무부서는 미국 금리 인상 시점에 관한 질문에 "미국 연방기금 금리(Federal Funds Rate)선물에 내재된 금리인상 확률을 보면 9월보다 12월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최근 연준 위원들의 발언 역시 완전 고용에 근접했고 소득증가, 심리 개선으로 소비가 증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지표를 먼저 확인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과 가계부채 우려로 금리 인하를 연내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6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25%로 내릴 당시 시장에서 연내 1~2차례 추가 인하를 전망하던 때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특히 미국 내 고용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까지 11~12월에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10월을 예상하지만 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하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이 12월에 금리를 인상한다면 그때까지 시장이 불안정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추경이 통과가 안 된 상태에서 한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함께 가지 못하면 인하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연내 인하 가능성을 줄이는 요소"라고 언급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금통위를 전후로 미 FOMC회의가 있기 때문에 선제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또한 “금리인하는 결국 빚을 많이 지라는 의미인데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이라 인하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연내 금리 인하로 얻을 실익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조선, 해운업 등 특정 업황이 문제를 겪고 있을 뿐 다른 대기업이나 IT업계는 썩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정 업종 문제가 시장 전반 악화를 불러일으키는 형편은 아니기에 베이비스텝(0.25%)정도 인하로는 얻을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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