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계약직 593명 줄어…정규직은 되레 386명 증가

철강업계 구조조정 칼끝은 계약직에게 유독 날카로웠다.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한 국내 철강 3사의 정규직은 늘어난 반면 계약직 인원은 급감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조선, 건설업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최악의 해’를 겪은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인원감축이 계약직에게만 집중돼 구조조정이 약자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철강 3사(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고용한 직원은 총 3만79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7명 줄었다. 겉으로 보기엔 소란스러웠던 구조조정에 비해 감축 규모가 생각보다 작은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계약직은 지난 1년 간 593명 줄어든 반면 정규직은 386명 늘어난 것이다.

상반기 기준 포스코 전체 직원 수는 1만647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4명 줄었다. 정규직은 3명 늘었지만 계약직이 517명이나 격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시행 이전까지 정년(56세)을 넘긴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올해 임금피크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더 이상 퇴직 후 계약직으로 다니는 인원이 없어 계약직 수가 급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직원 수는 1만1315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99명 늘었다. 지난해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함으로써 업계에서 유일하게 직원 수가 증가했다. 하지만 계약직은 55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계약직 수가 줄어든 것은 회사 경영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구조조정을 그 원인으로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동국제강 직원 수는 253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94명 줄었다. 정규직과 계약직 각각 71명, 21명씩 줄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8월 포항 후판2공장을 폐쇄했다. 후판2공장에는 직원 100여명이 근무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후판공장을 통째로 폐쇄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인원 감축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에는 어쩔 수 없는 인원감축이 따르지만 구조조정의 칼끝은 약자인 계약직에게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병유 한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계약직은 구조조정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이번 철강업계 계약직 수 감소는 업계 구조조정으로 피해가 집중된 계약직의 힘든 현실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대기업들이 계약직 채용을 선호한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업계의 인원감축 같이 구조조정에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리면 약자인 계약직들이 가장 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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