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대부분인 제품군 '친환경성' 약점…“가솔린 터보 모델 출시할 것”

 

 

쌍용자동차는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9년 만에 크게 웃었다. 2007년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매출 1조7772억원, 영업이익 274억원, 당기순이익 204억원을 기록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라는 과거의 영광을 재건하겠다”는 최종식 쌍용차 사장의 포부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쌍용차는 SUV 시장의 급성장 물결에 소형 SUV 티볼리를 투입하며 순항을 시작했다. 2013년 6만3970대에 이르던 내수 판매는 2014년 6만9036대, 2015년 9만9664대로 각각 증가했다. 특히 티볼리는 지난해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54.7%의 점유율을 보였다.

여세를 몰아 쌍용차는 지난 3월 적재 공간을 늘린 롱바디 모델 티볼리 에어를 투입, 국내 소형 SUV 시장 점유율을 69.6%까지 끌어올렸다. 기존 모델인 티볼리 판매량을 잠식하는 판매 간섭 현상도 없었다. 쌍용차 올해 1~7월 티볼리 브랜드 판매량만 3만2378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7% 판매량이 증가했다.

다만 하반기 시장 조짐이 좋지 않다. 개별소비세 인하정책 종료와 동시에 전체 차량 판매량이 일제히 급감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면서 시작된 정부의 경유차 퇴출 작업도 쌍용차 판매량 증대에 부정적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신차 출시도 예정된 바 없다. 쌍용차는 전월 판매 추이 분석을 통한 판촉활동을 늘려 하반기를 버티겠다는 방침이다.

◇ 쌍용차, 판매절벽에도 신차 출시는 ‘불가불가’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개소세 인하 정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개소세 인하가 적용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자동차업계의 내수 판매량은 총 140만697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달 개소세 인하가 종료되자 곧장 판매절벽에 부딪혔다. 국산차 판매량은 12만1000여대로 지난 6월 16만1000여대와 비교해 25% 감소했다. 쌍용차도 6개 모델 판매량이 일제히 하락하며 22% 급감했다.

하반기 국내 자동차 업계는 개소세 인하 종료로 말미암은 판매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일제히 신차 출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반기 차량 구매 수요가 개소세 정책에 따라 상반기로 모두 몰린 탓에 신차 효과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제네시스 G80 출시를 시작으로 11월에는 ‘6세대 그랜저(IG)’를 내놓을 계획이다. 기아차는 경차 모닝의 완전 변경 모델을 11월께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차는 또 이달 초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K7 하이브리드도 하반기에 출시한다. 한국GM은 친환경차 제품군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은 9월 QM6를 출시한다.

반면 쌍용차는 시장에 선보일 신차가 없다. 1년에 1대씩 SUV 새로운 차량을 내놓는다는 방침 하에 2019년까지 출시할 신차에 대한 계획을 모두 세워뒀지만, 올해는 상반기에 티볼리 에어라는 카드를 이미 던졌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쌍용차는 내년 초 대형 SUV 렉스턴 모델의 후속인 Y400 출시를 준비 중이다”며 “하반기엔 현재 쌍용차 판매를 이끌고 있는 티볼리 브랜드를 믿고 버티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친환경차 공백, 판촉으로 메운다

하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가 화두로 떠오른 것도 쌍용차에겐 부담이다. 쌍용차 주력 차량 대부분이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판매하는 7개 모델 중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 모델은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대형 세단 체어맨W 등 3개 모델이 전부다. 올 상반기 쌍용자동차가 판매한 전체 차량 중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7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차 모델이 없는 것도 정부의 경유차 퇴출 작업과 맞물리면서 쌍용차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주력 제품인 쏘나타, 그랜저, K5 등에 이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상황이라 친환경차 시장 확대 속도에 맞춰 유연한 판매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제품군이 쌍용차보다 적은 르노삼성차도 SM3 전기차 모델을 보유하고 있지만, 쌍용차는 아직까지 친환경차 개발 방향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차종별로 최대 70만원까지 지원하는 노후 경유차 교체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여름 휴가비 지원 등 고객 맞춤형 판촉 프로그램을 운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개발이 완료되는 가솔린 터보 엔진을 빠른 시일 내에 주력 제품군에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및 인증서류 조작 등으로 경유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SUV 시장 가솔린 전용 모델 판매량이 늘고 있다”며 “쌍용차가 빠른 시일 안에 가솔린과 친환경차 모델을 확보하지 못하면 티볼리로 이룬 판매 성과가 크게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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